언론개혁의 한 방법 : 믿고 기다려주기

미디어 / 고일석 기자 / 2019-11-19 07:39:48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얻으려는 KBS와 MBC의 노력
그들은 믿어줄 가치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내가 하는 주요한 일은 언론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게 하는 일이다. 언론을 절대로 믿지 마시라고 입만 열면 얘기한다. 기성 언론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초토화되어 철저하게 불신받는 지경이 되어야 비로소 언론개혁의 싹이 새로 돋아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 끝까지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는 매체가 두 개 있다. 바로 KBS와 MBC다.


언론개혁은 언론계 내부에서 해야 한다. 아무리 불만이 많아도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비판하고,안 보고, 안 사고 하는 수밖에 없다. 더 적극적인 방법이 새로운 매체로 경쟁해서 무엇이 옳은지를 보여주는 것 정도다.


결코 그들의 변화를 외부에서 강제할 수 없다. 스스로 변화하고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


두 방송사는 한 때는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다가 스스로의 자각과 투쟁으로 내부의 언론 자유를 쟁취하여 내부에서는 그것을 향유하고 외부로는 그 자유를 공적으로 구현해왔던 역사가 있다.


그 결과 매우 오랜 기간 동은 두 매체는 뉴스 신뢰도 1, 2위를 서로 다투어가며 번갈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시 정권에 짓밟히기도 하고 시청자의 차가운 외면을 받아보기도 했다.



요즘 들어 KBS는 무슨 귀신의 씐듯 과오와 실책을 연발하고 있다. 새로 취임한 보도국장이 출입처 폐지를 선언했다. 이는 그자체로 한국 언론역사의 한 획을 긋는 대담한 결단이다.


출입처는 사실상 언론사가 가지는 모든 기득권의 원천이다. 언론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속보성도 일정 부분 희생해야 한다. 이런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며 모험이다.


또한 KBS 보도국만 해도 엄청나게 큰 조직이라 보도국장 혼자서의 결단으로 이루어지기 쉽지 않은 과제다. 그러나 이는 단지 보도국장 개인의 소신이라기보다 그간의 언론의 역사를 함께 해온 일군의 기자 그룹이 공유하고 있는 문제의식이라고 본다면 기꺼이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금 KBS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험악한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 당치 않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언론개혁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누가 강제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갈채를 보내고 기대를 보내주시기를 어렵사리 청해본다.


MBC는 요즘 '돌아온 마봉춘'으로 각광받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 환호를 받는 그들을 볼 때마다 나도 뿌듯하다. 뉴스와 제작물들을 보면 그들의 변화가 단지 일시적인 영합이나 미봉이 아닌, 원래 가지고 있던 저력에 진정한 성찰과 노력이 더해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장이 바뀌고 체제가 바뀌고 나서도 한동안 달라지지 않아 보이던 지체 현상이 이제 걷히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신뢰가 어느 날 갑자기 한 방에 날아가버릴 수도 있다. MBC 내부도 이런 점을 잘 알고 늘 조심하겠지만 시청자와 국민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그들 역시 개인의 집합이다. 그들 내부를 일관하면서 외부의 시청자와 국민과 연결되는 동일한 가치와 지향이 있다고 해도, 사안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다른 얘기와, 다른 관점과, 다른 지향을 내보일 수 있다.


그럴 때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그들과의 일치감을 쉽게 버리지 말아주시기를 바란다. 비록 우리와 뭔가 다르고 마음에 안 들더라도 그것이 진실과 공공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 용인하고 감내하고 기다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신뢰라는 가치는 언론업 종사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이지만, 우리 국민에게는 더더욱 중요하다.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이 하나도 없이 다 사라져버린 황폐함을 우리는 지금 겪고 있다.


그런 속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얻으려는 KBS와 MBC의 노력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매우 소중하다. 언제나 비판과 감시의 끈을 놓치 않고, 때로 가혹하게 야단을 치더라도 그들에게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신뢰는 계속 가져가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누구의 책임이든 한때 존재하던 신뢰가 무너지면, 그것을 다시 회복하는 데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 나는 감히 "그들은 믿어줄 가치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더브리핑.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