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항소심⑪] ‘아들 훈계 음성파일’... 檢, 다시 꺼내든 여론 장난질

사회 / 고일석 기자 / 2021-06-15 12:44:23
검찰의 이러한 도발은 재판과 쟁점의 본질과 전혀 관계없는 정경심 교수 가족의 사생활을 노출해 언론으로 하여금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도록해, 정경심 교수와 조국 전 장관의 가족에게 망신을 주고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는 데 주력했던 1심에서의 여론 전략을 또 다시 반복한 것이다.

6월 14일 정경심 교수 항소심 4차 공판이 열린 서울고등법원 법정. 갑자기 정경심 교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법정에 흘러나왔다. 검찰이 강사휴게실 PC(1호 PC)의 위치에 대해 변론하던 중 기습적으로 정경심 교수의 녹음 파일을 공개한 것이다.

변호인단은 화들짝 놀라 “재판장님!” 하면서 벌떡 일어났고, 재판장도 지체없이 “중단하세요. 그런 내용 있다는 것만 알겠습니다”라며 강력하게 제지했다.

검찰이 공개한 녹음 파일은 2013년 1월 7일 정 교수가 아들을 훈계하던 것을 녹음한 것으로, 당일 1호 PC가 방배동에 있었다는 증거라며 내놓은 것이다. 1월 7일 방배동에서 녹음한 파일이 1호 PC에 있으므로 PC가 방배동에 있었다는 얘기.

이는 변호인단이 5월 10일 열린 2차 공판에서 정경심 교수의 일정과 PC 사용기록을 근거로 2013년 5월과 8월에 1호 PC가 방배동이 아닌 동양대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1호 PC가 동양대에 있었던 기간을 2012년 11월 23일부터 2013년 8월 22일까지로 특정한 데 대해 반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檢 “통화음성녹음 파일, 1호 PC 방배동 위치 증거”

검찰은 변호인단의 항의와 재판장의 제지로 녹음파일 재생을 중단한 뒤에 “조 씨를 훈계하는 동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방에 들어와 대화하는 소리도 들린다”며 “1호 PC를 동양대에서 사용했다는 1월 7일 피고인은 방배동에 있었고, 1호 PC도 방배동에 있었다. 2013년 1월 7일 동양대에서 사용했다는 주장은 허위”라며 목청을 높였다.

변호인단은 “검찰 논리가 성립되려면 1호 PC가 음성으로 녹음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스마트로 녹음한 것이다. 그 파일을 1호 PC로 옮겨 저장한 것이다. 1호 PC가 방배동에 있는 상태에서 아들에 대해 훈계를 했다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 기술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강력하게 반박했다.

검찰은 변호인단의 변론이 끝난 뒤에 다시 시간을 얻어 “휴대폰으로 녹음한 음성파일이 연계(동기화)된 컴퓨터에 자동저장됐다는 것”이라며 “굳이 훈계한 내용을 PC에 저장했다고 믿기 어렵다”고 다시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당시 휴대폰과 PC가 동기화되지 않았지만, 동기화됐다면 더욱 1호 PC가 방배동에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동기화되어 있었다면 1호 PC가 동양대에 있었어도 자택에서 휴대폰으로 녹음된 음성파일이 1호 PC에 저장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재판보다 여론전에 주력하는 검찰 전략 반복
 

검찰의 이러한 도발은 재판과 쟁점의 본질과 전혀 관계없는 정경심 교수 가족의 사생활을 노출해 언론으로 하여금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도록해, 정경심 교수와 조국 전 장관의 가족에게 망신을 주고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는 데 주력했던 1심에서의 여론 전략을 또 다시 반복한 것이다.


그 결과로 이날 재판을 보도한 언론은 거의 빠짐없이 이 대목을 검찰이 1호 PC가 방배동에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제시한 증거라며 크게 보도했다. 또한 ▲「檢 “정경심, 아들 혼내는 녹음파일 존재…자택서 PC 사용”」(중앙일보) ▲「정경심 ‘표창장 위조’ 쟁점은 PC 위치, 검찰이 튼 음성 들어보니」(조선일보) ▲「검찰 “표창장 위조에 쓰인 PC에 정경심 아들 혼내는 녹음파일 존재”」(국민일보) ▲「정경심·아들 녹음 파일 공개한 검찰... "표창장 위조 PC서 발견"」(오마이뉴스) ▲「정경심의 '아들 훈계 음성파일'…표창장 위조 증거?」(더팩트) 등과 같이 그 내용을 제목에 올리기도 했다.

이는 육성이 담긴 녹음 파일 자체가 기본적으로 자극적인 데다가, 정 교수의 화난 목소리가 담겨 있고, 더 나아가 ‘결정적인 증거’로서의 선입관을 주기 때문이다. <더팩트>의 경우 검찰이 말하지도 않은 “표창장 위조 증거?”라고 제목을 달아 이 녹음 파일이 사건의 핵심인 ‘표창장 위조’의 증거까지 되는 것인 양 보도하기도 했다.

 

 

▲ 제목에 검찰이 말하지도 않은 '표창장 위조 증거'를 넣어 보도한 더팩트



변호인 “1호 PC에 동기화 프로그램 없고, 있어본 적 없어”

그렇다면 검찰의 말 대로 정경심 교수의 핸드폰과 1호 PC가 동기화되어 있었던 것일까?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었다. 동기화가 되려면 ‘동기화 프로그램’이 사용되어야 하는데 1호 PC에서는 그런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문제의 음성 파일이 저장되어 있는 폴더는 정경심 교수의 개인적인 사진과 음성 자료를 모아놓은 폴더로서, 이 폴더에 있는 파일들은 윈도우7이 설치된 2014년 4월 11일 이후에 1호 PC에 저장된 파일들이다. 즉 다른 곳에 저장되어 있다가 2014년 4월 11일 이후에 1호 PC로 옮겨진 것.

그리고 만약 정 교수의 핸드폰과 1호 PC가 동기화되어 핸드폰의 파일들이 1호 PC에 실시간으로 자동 저장되는 것이라면 2014년 이전에 저장되었던 흔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이 재생한 음성 파일은 물론, 해당 폴더에 있는 모든 파일들이 비할당영역에 저장되어 있는 기록이나 흔적은 전혀 없다고 한다.

또한 동기화 프로그램들은 저장 폴더를 자동으로 생성하여 동기화된 파일들을 자동으로 저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동기화 프로그램인 구글 드라이브의 폴더 이름은 “Google 드라이브”이고, 원드라이브(OneDrive)도 “Onedrive” 폴더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폴더 이름을 바꾸면 다시 원래 이름을 붙인 폴더를 새로 생성한다.

그러나 1호 PC에는 이러한 동기화 자동저장 폴더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음성파일이 저장되어 있던 폴더의 이름은 ‘정경심 교수의 개인자료를 모아놓은 폴더’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이런 이름의 동기화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 

 

 

▲ 검찰의 Msfeedsync 동기화 프로그램 주장을 기각한 1심 판결문

 


1심에서 기각된 Msfeedsync식 주장 반복

검찰은 1심에서도 Msfeedsync.exe라는 프로그램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동기화 응용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며 “1호 PC에 저장된 스크린샷 파일들은 2014년 4월 이전에 이 동기화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 저장됐던 것으로 1호 PC가 방배동에서 사용된 근거”라는 맥락에도 맞지 않는 주장을 했다가 변호인단의 강력한 반발을 받았고, 누가 봐도 도무지 말이 안 되는 것이어서 1심 재판부도 이 부분 검찰의 주장을 기각하며 이를 판결문에 명시하기까지 했다. 또한 이것은 지난 5월 시민들이 대검 감찰부에 제출한 「정경심 교수 사건 증거 조작 검사 및 수사관 감찰 진정」에 7개 증거 조작 및 기만 사례에 포함되기도 했다. 


16일 공판에서 휴대폰 녹음 파일이 동기화 프로그램을 통해 1호 PC에 저장됐다는 검찰의 주장은 1심에서의 Msfeedsync.exe 주장과 같은 맥락으로, 1심에서 공판 진행 도중 기각 당한 주장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1심에서의 Msfeedsync.exe 주장은 그나마 프로그램 이름이라도 있지, 16일의 음성 파일 동기화 주장은 그마저도 제시하지 않은, 악의적이고 무모한 막던지기 도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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