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항소심②] “PC 임의제출 전 USB 접속”... 당황한 검찰의 횡설수설 해명

사회 / 고일석 기자 / 2021-04-13 12:28:16

▲ 검찰이 강사휴게실 PC 임의제출 전 PC에 접속한 USB와 동일한 기종dls 삼성 포터블 SSD T3


“PC 임의제출 전 USB 접속”... 일순 술렁인 법정

“여기서 보이듯이 검찰은 2019년 9월 10일 동양대 교양학부 사무실에서 오후 7시 30분부터 정상 종료 전까지 1분 13초 동안 USB를 삽입해서 어떤 활동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략) 1분 13초 동안 어떤 일을 했다는 것은 원본 오염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입장입니다.”

12일 열린 정경심 교수의 항소심 공판에서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가 강사휴게실 PC(1호 PC)의 임의제출에 앞서 검찰이 USB를 접속했었다는 사실을 공개하자 법정은 일순 술렁였다, 느슨해져 있던 재판장은 화들짝 놀랐고 검찰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귀엣말을 주고받았다.

김칠준 변호사는 “USB는 파일을 빼낼 수도 있고 반대로 넣을 수도 있다”며 “어떤 이유에서 이런 활동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해당 USB는 삼성 제품으로 포렌식으로 확인된 시리얼 넘버의 형식이 원 제품과 달라 변조된 흔적도 보인다"고 밝혔다.  

 

 

▲ 정경심 교수 1심 판결문에서 '비정상 종료'가 기록된 부분

 


“PC 뻑간 적 없어”... 불법 임의제출과 재판부 기만

이에 앞서 김칠준 변호사는 임의제출의 이유가 됐던 PC의 비정상 종료가 검찰의 허위 주장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변호인단은 별도의 포렌식을 통해 1호 PC에서 비정상 종료는 없었으며, 모두 정상 종료와 정상 구동만 확인된다고 밝혔다.

검찰이 “뻑갔다”고 표현했던 PC의 비정상 종료는 변호인단의 위법수집증거 주장을 부정하는 중요한 근거 중의 하나였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3항은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1심 재판부는 PC의 비정상 종료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비정상 종료가 아닌 정상 종료였다면 이는 재판부가 적용한 형사소송법 제106조 3항에 해당하지 않는 불법 임의제출이다. 검찰은 PC를 통째로 들고나오기 위해 검찰이 관리자로 지목했던 김 조교와 학교 관계자를 속인 것이며, 1심 재판부도 기만한 것이 된다.

 

 

▲ 정경심 교수 1심 판결문에서 "고장이 났다는 이유로 임의제출이 적법하다고 판시한 부분

 


늘상 하던 얘기 반복한 검찰의 뒤죽박죽 해명

김칠준 변호사의 변론이 끝난 뒤 검찰은 서둘러 재판장으로부터 시간을 얻어 해명에 나섰다.

“외부저장장치인 USB가 1분 13초 동안 삽입돼서 시리얼넘버까지 저희가 위조해서 증거를 오염시켰다고 하는데 1호 PC를 확인하지 않아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다. (컴퓨터가) 갑자기 나가서(다운돼서) 포렌식 진행한 것이고, 포렌식 진행하려면 USB를 끼웁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포렌식을 못한 것입니다.”

뭔가 그럴 듯한 해명을 한 것 같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도무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변호인이 입증한 것은 “검찰이 말하는 1호 PC의 비정상 종료는 없었고, 종료 직전에 USB를 접속해 증거가 오염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해명이랍시고 한 얘기는 “1호 PC가 갑자기 다운돼서 포렌식을 하려고 USB를 끼웠는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역시 비정상 종료를 말한다. 그렇다면 “비정상 종료 때문에 포렌식을 하려고 USB를 꽂았는데 비정상 종료 때문에 포렌식을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것은 해명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다. 비정상 종료가 없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도 아니고, 변호인의 주장을 근거를 들어 반박한 것도 아니다. 그냥 지금까지 해왔던 얘기를 더 뒤죽박죽을 만들어 그대로 한 것뿐이다. 말 그대로 횡설수설이다.

 

 

▲ 동양대의 정경심 교수 연구실



검찰 측 증인의 허위 증언... 또 한 번의 횡설수설

변호인은 12일 공판에서 검찰 측의 주요 증인인 전 동양대 직원 김도연 씨의 허위 증언을 입증했다. 김도연 씨는 동양대 어학교육원에서 2012년 9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근무했던 직원이다. 김도연 씨는 1심 재판에서 자기가 근무하는 동안 중고생 대상 프로그램 자체가 없었고, 경북교육청으로부터 연구비를 수령한 것도 정경심 교수의 개인연구였으며, 경북교육청과 공문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김도연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2013년에도 중고생 대상 프로그램은 없었으므로 2012년에도 마찬가지로 그런 프로그램은 없었고, 정경심 교수의 개인 연구과제를 어학교육원 직원을 배제하고 개인연구비를 수령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2013년 7월에 김도연 씨 명의로 동양대 교직원들에게 보낸 ‘교직원자녀 초중등학생 대상 영어프로그램 실시’ 이메일을 공개했다.

또한 정경심 교수가 연구비를 수령한 연구 과제에 대해 김도연 씨가 교육청 공문을 정경심 교수에게 이메일로 보냈고, 영재교육이 진행되던 2013년 말 시점에 정 교수와 함께 교육청 장학사들과 회의를 하고 회의비를 지출한 내역도 공개했다.

즉 김도연 씨의 1심 증언은 기록으로 남아 있는 자신의 행위를 모두 부정한 허위 증언이었다. 이에 대한 검찰의 해명도 횡설수설이었다.

“김도연 씨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은 그 당시(2012년 8월) 김도연 씨가 직원으로 근무하지 않아서 그 부분을 입증할 수 없는데, 표창장이 어떻게 발급됐는지를 말해야 하는 피고인이 담당 직원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식으로 본질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김도연 씨는 2012년 여름 당시 어학교육원에 근무하지 않았으므로 당시 상황은 알 수 없었다는 뜻으로, 1심에서 김도연 씨를 증인으로 불러 2012년 여름에 조민 씨가 봉사활동을 한 프로그램 자체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했던 검찰의 시도가 일종의 눈속임이었다는 것을 얼떨결에 증명한 것이다.

 

 

▲ 공판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김칠준 변호사



언론플레이 노린 검찰의 횡설수설

검찰은 1심에서도 검찰 측 주장이나 증인에 대한 결정적인 반론이 나오면 자신도 무슨 말인지 모를 것이 분명한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 용어를 두서없이 늘어대거나, 아무 말이나 주워삼켜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를 여러 번 했다. 그 버릇을 항소심에서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버릇은 판사들을 혼란스럽게 하려는 뜻도 있지만, 법정에 있는 기자들에게 변호인의 반론에 대해 검찰이 뭔가 반박을 하긴 했으니 그렇게 써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언론은 이런 요청에 너무나도 충실하게 호응하여 앞뒤 맞지 않은 소리라도 뭐든 내뱉으면 알아서 받아 써준다.

많은 매체들이 아예 항소심 보도 자체를 하고 있지 않지만, 그런대로 소상하게 보도한 매체들도 “포렌식을 위해 USB를 끼웠다”는 검찰의 앞뒤 없는 소리를 그대로 받아썼다. 또한 김도연 씨의 허위 증언 입증에 대해서도 “표창장 발급의 입증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담당 직원의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여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는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썼다.

이런 결과로 사건의 맥락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압수수색 영장 없이도 마음대로 포렌식을 할 수 있고, 피고인이 아무 관계도 없는 담당 직원에 대해 허위 증언을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검찰의 횡설수설의 목표는 바로 이것이다.

 

☞[정경심 항소심①] “검찰 증거 1호 PC... 은폐·누락·오염·기망으로 얼룩진 불법 증거”

☞[정경심 항소심③] 모두가 낚였던 ‘마비노기’의 진실... 검찰의 현란한 눈속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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