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항소심⑥] “1호 PC 비정상종료”?... 상상을 뛰어넘는 검찰의 기만행위

사회 / 고일석 기자 / 2021-05-12 12:04:40
검찰은 5월 10일 공판에서 "강사휴게실 PC는 비정상종료됐다"고 다시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사의 홈페이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것은 기만을 넘어 사기에 가까웠다.
▲ 임의제출 직전의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지난 4월 12일 정경심 교수 항소심 1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검찰이 증거 1호 PC(강사휴게실 PC)가 비정상종료되어 구동이 어려워 임의제출 받았다고 했으나, 포렌식 결과 모두 정상종료 기록만 있고 비정상종료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변호인단은 1호 PC의 로그기록을 제시하며 “검찰이 비정상종료가 발생해 압수수색 절차에 들어간 2019년 9월 10일 7시 30분 당시의 로그 기록은 정상종료된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5월 10일 속개된 2차 공판에서 검찰은 같은 로그기록과 함께 “제조사 코드를 보면 비정상종료의 원인이고, 이벤트 속성이 비정상종료 문제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면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등에 다 검색해봐도 '비정상 종료시 나오는 메시지'라고 나온다”고 주장하며 “비정상종료가 맞다”고 다시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검찰의 기만행위였다. “제조사 코드를 보면 비정상종료의 원인”이라는 말도 기만이었고, “이벤트 속성이 System Failure 문제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는 말도 기만이었으며, 더구나 그런 주장의 근거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명 페이지를 PPT로 제시한 것은 기만을 넘어 사기 행위에 가까웠다.

 

▲ 검찰이 5월 10일 법정에서 제시한 PPT 화면의 개념도. 제목을 잘라냈고, 시스템오류를 뜻하는 'System Failure'를 '비정상종료'로 바꿔놓고, 'Event 0x000500FF (System Failure) ' 부분을 크게 강조해놓았다.

 


엉뚱한 문서 끌어다 댄 ‘비정상종료’ 주장

검찰이 제시한 마이크로소프트사 페이지는 '비정상종료' 여부와는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문서였다. 이 문서는 어떤 ‘증상’에 대해 설명한 문서로서 “사용자가 정상적으로 종료시켰는데 로그기록에는 그 원인(Reason Code)으로 시스템 오류(0x500FF ; System Failure)가 기록"되는  증상에 대한 것이었다. 정상종료 해도 그 원인 코드가 항상 ‘시스템 오류’를 의미하는 0x500FF라는 잘못된 값이 기록되는 것이 이상한 현상이라는 뜻이다. 당연히 비정상종료의 증거라는 검찰의 주장과는 티끌만큼의 관련성도 없다.

이것은 오직 윈도우7 버전에서만 발생하는 특이한 현상으로서, 마지막 업데이트까지 수정되지 않았고 이후 버전인 윈도우10에서야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윈도우7 버전에서는 정상 종료해도 언제나 종료의 원인 코드가 0x500FF, 즉 System Failure로 잘못 기록이 남는다는 의미다. 거꾸로 말하면, 이 0x500FF 코드 값이 남게 되는 사례들 절대다수가 정상종료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특이한 시스템 에러로 강제종료되는 케이스보다는 사용자가 정상종료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스템오류(System Failure)'는 '비정상종료'와는 전혀 다른 말이다. 그런데 검찰은 ‘시스템오류(System Failure)’ 부분만을 확대해 PPT로 보여주며 '시스템오류'를 '비정상종료 문제'라고 마음대로 정의하고, 이를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명확하게 규정했다"면서 “당시 1호 PC는 비정상종료됐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복동 씨는 변비가 아닌데 왜 변비로 기록되는가”라는 문제를 설명하는 문서에서 ‘변비’라는 부분을 크게 띄워 보여주며 “김복동 씨는 변비”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 검찰이 '비정상종료'를 주장하며 제시했던 Microsoft사 홈페이지의 “사용자가 종료할 때 ‘시스템 이벤트 로그(SEL)’에 잘못된 종료 이유 코드가 기록되는 현상”에 대한 설명 페이지. 검찰은 이 페이지에서 제목을 잘라냈다. 


재판부 기만 노린 현란한 PPT의 눈속임


검찰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화면을 보여주면서 제목을 잘라내고 아닌 본문 부분만을 캡처했다. 이 문서의 제목은 “An incorrect shutdown reason code written to SEL on user initiated shutdown”, 우리말로 하면 “사용자가 종료할 때 ‘시스템 이벤트 로그(SEL)’에 잘못된 종료 이유 코드가 기록되는 현상”이다. 이 제목이 보이면 해당 문서가 “정상종료 vs 비정상종료”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종료 이유 코드가 기록되는 현상”에 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제목을 잘라낸 것이다.

게다가 같은 내용을 우리말로 설명해놓은 페이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영문 페이지를 캡처해서 제시했다. 영문 페이지를 보여줘야 알아챌 사람이 그나마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2일 1차 공판 당시 변호인이 정상종료의 증거로 제시한 것은 이 이벤트 하나가 아닌 총 3가지였다. 검찰은 그중 하나에 대해서만, 그것도 자신들이 주장하는 내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엉뚱한 기술 문서를 가져다가 법정에서 재판부와 방청객을 속여가며 부인했을 뿐, 나머지 두 증거에 대해선 반박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검찰에게 있어 ‘비정상종료‘ 문제는 이러한 눈속임과 꼼수까지 동원해서라도 주장해야 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비정상종료가 부정되면 강사휴게실 PC 임의제출의 위법성이 더욱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 검찰이 임의제출 전 강사휴게실 PC에 무단 접속한 USB와 동일 모델의 삼성 USB

 


증거의 동일성·무결성 훼손한 USB 무단 접속

검찰은 USB 접속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펼쳤다. 검찰은 “USB는 동일성, 무결성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저장장치”이며 “무결성 유지하기 위해 USB 쓰기방지장치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쓰기방지 기능을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구동되지 않은 상태, 즉 전원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접속해야 한다. 그래야 ‘쓰기’가 방지된다. 그러나 검찰은 명백하게 PC1이 구동되고 있는 상태에서 USB를 접속했다.

또한 쓰기방지 기능이 작동됐다면 USB 접속기록이 남을 수 없다. 증거 하드디스크에 접속기록이 남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동일성과 무결성이 훼손되고 상실된 것이며, 검찰 수사관이 ‘쓰기방지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검찰은 동일성과 무결성을 유지하기 위한 보호장치를 전혀 하지 않은 채 USB를 접속한 것이다.

 

▲ 2020년 7월 23일 검찰 포렌식 수사관 이승무에 대한 증인 신문 일부



또 하나의 증거조작... “USB 접속 사실” 누락

그리고 검찰은 “USB 접속 사실을 1심에서 얘기했는데 변호인단이 그때는 아무 얘기 없다가 2심에서 갑자기 그 문제를 제기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1심 과정에서 “1호 PC에 USB를 접속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 포렌식 보고서에도 이런 내용을 기록하지 않았다. 그래서 변호인단이 자체 포렌식으로 이것을 새로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검찰은 대검 포렌식 수사관 이승무에 대한 1심 증인 신문에서 2019년 9월 10일 당시 동양대에 나가있던 현장 수사관들이 “컴퓨터 포렌식 도구를 연결하여 분석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자문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컴퓨터 포렌식을 할 때 관련성이 있는 것을 판단하기 위해 도구를 가지고 가서 USB 연결하듯이 그것을 꽂아서 분석 툴을 돌리는 것이지요?”라고 질문을 했고 여기에 대해 이승무가 “그렇습니다”라고 답변한 것이 전부다. 

 

이 내용을 보면 검찰이 말한 "컴퓨터 포렌식 도구를 연결하여 분석할 수 없는 상황"이란 '컴퓨터 포렌식 도구'인 USB를 연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는 곧 USB를 접속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USB 접속 사실을 1심에서 얘기했다"는 것은 그 자체가 허위 주장이다. 


검찰도 포렌식 결과 USB 접속 기록이 하드에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것이다. 그런데 1심에서는 관련 보고서에 이 내용을 누락시켰다. USB 접속 기록으로 증거의 무결성이 깨진 것을 알면서도 뺀 것이다.

이는 또 하나의 증거 조작이며, “1심 때는 얘기 않다가 2심에서 문제 제기를 한다”는 지적도 재판부를 속이기 위한 기만행위일 뿐이다.

 

▲ 검찰이 증거로 제출하고 1심 재판부가 강사휴게실 PC가 방배동에 있었다는 근거로 인용한 7828보고서. 이 보고서는 '서버 최종수정(Last Modified) 시간'을 '접속 시간'으로 둔갑시켰다.

 


거짓 변명 늘어놓은 “Last Modified(최종수정) 시간”

검찰의 기만행위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검찰은 변호인단이 4월 12일 공판에서 제시했던 “Last Modified by Web Server(웹서버 최종수정) 시간을 ‘접속 시간’으로 속여서 제출”한 문제에 대해서도 “해당 보고서의 8,900여 건의 기록 중 절반 정도는 날짜와 시간이 진정한 것들”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1심 재판부가 ‘심야 인터넷 접속’의 사례라며 판결문에서 제시했던 날짜와 시간들은 모두 해당 7828보고서의 ‘웹서버 최종수정 시간’ 중에서 뽑아서 제시된 내용들이라는 것이다. 즉, 검찰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검찰은 웹서버최종수정 시간과 실제 접속시간이 절반쯤 섞인 자료를 제출했는데 재판부가 하필 ‘서버 최종수정 시간’ 중에 몇 개를 뽑아 ‘접속시간’으로 인용했다”는 얘기와 다름이 아니다.

이 자체도 말이 안 되는 얘기지만 “해당 보고서의 8,900여 건의 기록 중 절반 정도는 날짜와 시간이 진정한 것들”이라는 검찰의 설명도 사실과 다르다. 변호인단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는 모두 웹서버최종수정 시간만 기록되어 있었다. 특히 변호인단은 해당 8900여건 전체 중에서 1심 판결문에서 심야시간이라며 유죄 정황으로 특정한 시간대에 대해서는 전수 확인하여 그것들이 모두 웹서버최종수정 시간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중 대표적인 사례 몇 건을 4월 12일 공판에서 제시했었다.

그러나 검찰은 단 하나의 입증 사례조차 내놓지 않고 단지 입으로만 “해당 보고서의 절반은 진실된 것”이라고 허무맹랑한 변명만 늘어놓았을 뿐이다.

검찰이 10일 공판에서 펼쳐보인 눈속임과 기만 사례는 이것 외에도 수도 없이 많다. 모두 재판의 존엄과 진실성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이러한 검찰의 기만행위들은 차례차례 '진실의 순간'들을 맞이해야 할 것이고, 위법성과 책임에 상응하여 하나하나 단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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