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항소심⑩] 포렌식 대격돌... 판판이 깨진 검찰 측 주장

사회 / 고일석 기자 / 2021-06-15 08:53:18
‘대격돌’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승부는 변호인단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검찰은 나름 작심한 듯 10여 개가 넘는 항목에서 변호인단 주장을 반박하거나 새로운 쟁점을 내놨지만, 미리 의견서에 담지 않은 2개의 새로운 쟁점 외에는 변호인단이 모두 바로 해명하고 재반박했다.

6월 14일 정경심 교수 항소심 4차 공판은 포렌식 분석 증거를 놓고 변호인단과 검찰 간의 대격돌이 예고됐었다. 항소심 개시 이후 변호인단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증거를 내놓고, 검찰 포렌식 분석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는데도 검찰이 대응하지 않자, 재판부가 검찰에 해명을 요구하면서 14일 재판에서 공개 변론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격돌’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승부는 변호인단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검찰은 나름 작심한 듯 10여 개가 넘는 항목에서 변호인단 주장을 반박하거나 새로운 쟁점을 내놨지만, 미리 의견서에 담지 않은 2개의 새로운 쟁점 외에는 변호인단이 모두 바로 해명하고 재반박했다.

 

 

▲ 정경심 교수 항소심이 진행 중인 서울고등법원

 

정경심 교수 재판을 가장 보수적인 관점에서 지켜보고 있는 판사 출신의 서기호 변호사도, 재판 직후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제3자가 들어봐도 변호인 측 변론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었다“며 “재판장도 이례적으로 ‘변론 잘 들었다’고 언급하며 수긍하는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서 변호사는 항소심이 열린 후 매번 재판을 직접 방청해오면서 “과감하고 공격적인 검찰의 변론에 비해 변호인단의 변론이 너무 조심스럽고 수세적이어서, 판사로 하여금 믿음을 갖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검찰은 1호 PC가 2013년 1월 방배동에 있었다는 것을 입증한다며 정경심 교수가 아들을 훈계하는 녹음 파일을 공개하다가 재판장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 녹음 파일은 변호인단에 의해 1호 PC의 위치와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졌는데도 언론은 일제히 공판 기사에서 이 부분을 중요하게 다루었다. 사생활 노출을 통해 재판의 이슈를 호도하려는 검찰의 의도에 언론이 호응한 것이다.

14일 공판에서 벌어졌던 검찰과 변호인단 간의 공방을 요약해 정리해본다.

 



“1호 PC 위치 진술 달라져” “달라진 게 아니라 새로운 증거로 확인”

◆1심에서 변호인단은 ‘총장님직인.jpg’ 이미지 파일의 품질값이 75로서 (당시 검찰이 이미지 캡처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던) 알캡처의 기본 품질값 100과 다르고, 75로 조정하려면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므로 해당 파일은 알캡처로 캡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검찰이 확인한 결과 2013년 6월 이전인 2012년 버전의 알캡처로 캡처해보면 품질값이 ‘총장님직인.jpg’ 파일과 같은 75로 설정돼있다.

= 알캡처는 2012년 2월 14일에 버전 1.0이 출시됐고, 9월 20일에 1.5 버전이 출시됐다. 1호 PC에는 2012년 10월 21일에 알캡쳐 업데이트 프로그램이 실행된 기록이 있다. 따라서 2013년 6월 16일에 알캡쳐가 사용됐다면 최소한 1.5 이후 버전이다. 1.5 버전 이후의 알캡쳐의 기본 품질값은 100이다. 다 실험해보고 확인하고 한 얘기다.

◆1호 PC의 위치와 관련 변호인의 주장이 계속 달라져왔다. 처음에는 1호, 2호가 방배동에 간 적이 없다고 했다가, 2014년 이후에 방배동에서 사용한다고 했다가, 항소심에서는 이를 완전히 뒤집고 있다.

= 주장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증거를 확인해 실체에 접근해가는 것이다. 1호 PC는 2013년 8월 방배동으로 옮기기 전까지는 개인 컴퓨터로 사용하던 것이 아니다. 7~8년 전에 자기가 주로 사용하던 컴퓨터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됐었는지 기억을 복원하기가 쉽지 않았다. 더구나 1호, 2호 하는 것은 지금 이름을 붙인 것이지 과거에는 어느 게 어느 건지 분간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억의 복원이 더욱 어렵다. 그러나 포렌식을 통해 확인되는 기록과 당시 일정 등을 참고해가며 당시 동선을 확인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1호 PC의 사용자도 동양대에서 공용으로 사용했다고 했다가 기소 2년 만인 항소심에 와서 피고인이 사용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공용 사용했다면서 업무용 파일이 있다는 것은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 피고인이 전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 2013년 5월과 8월에 1호 PC가 동양대에 있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실제로 공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어학교육원에 갖다 놓은 것이며, 업무용 문서 발견되지만 정 교수가 작성한 것인지 직원이나 조교가 작성한 것인지 특정할 수 없다. “6기 한국어과정 개편”이라는 파일이 있는데, 이것은 정 교수의 지시로 직원이 작업한 것인지, 정 교수가 작업한 것인지, 직원이 작업한 것인지도 특정할 수 없다.


 

▲ 공유기를 사용 중인 동양대 교수실/동양대 장경욱 교수 제공

 


“LGU+ 공유기, 학교 제공 이외 아이피 가능성 강조한 것”

◆1호 PC가 동양대에 있었다는 근거로 LG유플러스 공유기 아이피를 들고 있는데, 그 공유기를 PC에 어떻게 연결하나? 유플러스 공유기에 랜선 연결해서 사용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 동양대에서 인터넷 사용량이 많은 교수들이 용량 부족 등으로 학교 공인 아이피 외에 교수나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공유기 사용한 사례 많다. 검찰이 동양대 컴정원에 문의하면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LG유플러스 공유기 부분은 학교 공인 아이피 외에 다른 아이피가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그 실례를 제시한 것 뿐이지, LG유플러스 공유기 아이피로 1호 PC의 위치를 특정한 적 없다.

◆1호 PC가 사용된 동양대 내 위치에 대해 변호인단은 원심에서 동양대 교양학부에서 사용했다고 했다가 항소심에서는 어학교육원에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호 PC에는 피고인 개인 자료 들어가 있고, 강사들과 학생들은 1호 PC의 존재를 잘 모른다.

= 1호 PC가 동양대에 있을 때는 정경심 교수가 개인 컴퓨터로 사용한 것이 아니다. 명확하게 기억할 수 없었다. 항소심에 와서 더 깊이 있는 분석을 한 결과 주로 작업된 내용이 강의 관련이고, 강의실이 어학교육원 건물에 있었기 때문에 어학교육원으로 장소를 특정하게 된 것이다. 2013년 8월 이후로는 방배동에서 가족 컴퓨터로 사용되어 개인 자료가 당연히 많다. 공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학교에 뒀으나 성능 좋지 않아 강사와 직원은 개인 컴퓨터를 사용해 1호 PC의 존재를 잘 모를 수 있다.

◆피고인은 연구실과 원장실이 따로 있다. 원장실이 아닌 곳에서 인터넷 쇼핑도 하고 고려대 이메일 접속했다는 건가?

= 원장실에는 컴퓨터가 지급되지 않았다. 연구실에 컴퓨터가 지급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 교수도 어학연구원에서 컴퓨터 사용이 필요할 때 함께 사용했다.

 

 



檢, “아이피 누락은 137만 검색해서 제출한 것”

◆112 아이피 누락 문제는 포렌식 조사관이 확인했음에도 분석결과 기재 안 한 것처럼 왜곡했다. 포렌식 할 때 모든 아이피 검색은 어렵다. 거꾸로 아이피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흔적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22개 아이피는 137 아이피만 확인해서 사용된 내역을 제출한 것이다.

= 특정 기간 동안 단일 아이피가 사용됐는지, 여러 아이피가 사용됐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특히 아이피로 장소를 특정했던 검찰 입장에서는 반드시 137 아이피 외에 다른 아이피가 있는지 확인했어야 한다. 그런데 137 아이피만 확인했다는 것은 다른 아이피가 존재할 가능성을 아무 근거도 없이 배제한 것이다. 여러 방법으로 아이피를 찾아낼 수 있다.

◆2013년 5월부터 8월까지 동양대에서 사용했다는 자료는 모두 허위다. 2013년 1월 7일에도 동양대에서 사용됐다는 얘긴데, 그날 아들 조 씨가 공부 안 한다고 훈계한 것을 녹음한 파일이 있다. 훈계하는 동안 조국 들어와 함께 대화한다. 따라서 2013년 1월 7일 1호 PC는 방배동에 있었다.

= 1호 PC가 녹음한 게 아니지 않은가. 스마트폰으로 녹음한 것을 나중에 저장한 것이다. ‘동기화’를 얘기하는데, 1심에서도 동기화 얘기했다가 기각됐던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동기화를 하려면 동기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1호 PC에는 동기화 프로그램이 사용된 적이 없다. 검찰이 마치 동기화 프로그램처럼 얘기하는 영어 이름은 그냥 폴더 이름일 뿐이다.

◆5월 20일 피고인이 수업 전 영재협력사업 문서 작성했다고 했는데, 해당 파일은 같은 파일이 두 개다. 하루 전인 19일 새벽에 생성된 또 다른 파일이 있다. 이 시간에 피고인이 웹메일에 접속한 기록이 있는데 위치가 방배동이다. 즉 5월 20일에 수업 전 작성했다는 문서는 방배동에서 작성한 문서다. 따라서 5월 20일에 피고인도 방배동에 있었고, 1호 PC도 방배동에 있었다.

= 두 문서는 제목도 같고 내용도 같으나 실질적인 내용은 다른 파일이다. 용량도 19일 문서는 45.5KB, 20일 문서는 24.0KB로 문서 크기도 다르다. 바이너리 등 세부 속성도 다르다. 20일 문서는 뚜렷하게 강의 시작 직전인 오후 1시 42분에 열어서 1시 44분에 저장한 기록이 분명하게 남아 있다.

또한 검사는 영재협력사업 문서만 얘기하고 있지만, 변호인이 지난 공판에서 함께 제시한 바 있는 “DYU_StudentExchange[1].docx”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 문서는 1시 42분에 열어서 1시 44분에 저장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더 임박해 1시 45분과 47분에 한 번 더 열어본 기록이 있다.

 

▲ 2013년 8월 22일 정경심 교수는 PC 사용 도중 동양대에서 4분 거리인 풍기우체국에서 등기우편물을 발송했다.



“8월 22일 우체국 방문, 정경심 교수 맞아”

◆2013년 8월 22일 1호 PC가 동양대에서 사용됐다는 증거로 등기우편물을 제시했다. 명의자가 정경심으로 되어있으나 실제로 누가 부쳤는지 알 수 없다. 본인이었다면 영수증 사진을 스크린샷으로 남겼을 리가 없다. 직원이 심부름하고 근거로 사진 찍어서 정경심에게 건네준 것일 수도 있다.

= PC 사용 시간과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한 시간, 그리고 그 사이에 우체국에 다녀온 시간의 조합에 빈틈이 없다. PC는 정 교수나 가족이 사용하고 우체국은 직원이 다녀온 것이라면, 정 교수나 가족이 기가 막히게 시간을 맞춰서 직원이 우체국을 다녀오는 동안 PC 사용을 멈추고 있었다는 얘기다.

검사가 포렌식 보고서를 봤다면 정경심 교수가 습관적으로 스크린샷을 찍어 저장해둔다는 것을 알 것이다. 영수증 사진은 촬영 원본이 아니라 스크린샷으로 찍어 남겨둔 것이다. 정경심 교수의 습성에 매우 부합된다.

◆8월 22일 오전 9시 피고인이 PC를 사용하기 40분 전 증권사 직원과 녹음한 파일이 있다. 증권사 직원이 오후에 방문하겠다고 하자 집에 있긴 한데 폭탄이라고 1층으로 내려오라고 했다. 따라서 8월 22일은 방배동에 있었다.

= 정경심 교수는 동양대에서 증권사 직원과 통화를 하면서 오후 쯤 상경해 귀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검사가 제시한 녹음 파일 바로 다음에 그 다음 날인 23일에 통화를 녹음한 파일이 있다. 거기에는 증권사 직원이 “어제(22일) 방문하려고 했었는데 조금 늦어질 것 같아서 제가 갈 때 미리 연락을 드리고 가겠다”고 한 내용이 있다. 즉 22일에는 방문을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검사가 22일 녹음 파일 바로 다음에 같은 전화번호로 저장된 23일 녹음 파일을 못 봤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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