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항소심⑧] 미공개정보 이용, 재판부 송곳 질문에 멘붕된 검사들

사회 / 고일석 기자 / 2021-05-28 07:12:35
10만 주 거래, 정광보-우국환 거래 아닌 코링크PE의 우선매수권 행사
우국환, 코링크PE에 주식 양도하면서도 한편으로 장내 대량 매집
1심 재판부도 미처 인식하지 못했을 실물주권 12만 주 출고의 모순
재판부, “불로소득, LH사태” 검찰의 여론전 시도 제지하기도

5월 24일 정경심 교수 항소심 3차 공판의 심리 대상은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등의 내용이었다. 정 교수에 대한 펀드 관련 혐의 중 가장 중요한 횡령 혐의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WFM 주식 12만 주 거래를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혐의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 날 심리에서 세 가지 질문을 통해 1심 판결의 의문점을 지적했다. 형식은 검찰에 대한 질문이었지만, 사실상 1심 판결의 허구를 예리하게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이 질문들에 대해 검찰은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거나, "아직 검토하지 못했다"며 "다음 기일에 답변하겠다"고 둘러대기에 급급했다. 

 

 

▲ WFM 이상훈 당시 대표가 2018년 2월 21일 군산공장 가동식을 주관하고 있다. 이 가동식이 정경심 교수의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혐의의 내용이 됐다.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1심 판결 허구성 지적한 재판부


이 혐의에는 여러 가지 쟁점이 있지만 그 중의 핵심은 정경심 교수의 동생인 정광보 씨가 매입한 WFM 주식 12만 주의 매도자가 우국환인지 코링크 PE인지의 여부다. 검찰과 1심 재판부는 문제가 된 군산공장 가동 사실을 우국환이 모르는 상태에서, 정광보 씨가 조범동으로부터 이 정보를 전해듣고 WFM 주식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코링크PE가 우국환으로부터 주식을 인수해 이것을 정광보씨에게 매도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우국환이 군산공장 가동에 대해 모를 수 없는 위치였지만, 만약 몰랐다고 하더라도 정광보 씨의 거래 당사자는 코링크PE로서 이 관계에서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한 거래는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심 재판부는 12만 주 중에서 2만 주는 코링크PE가 우국환으로부터 인수해 정광보 씨에게 매도한 주식으로 봤지만, 10만 주는 정광보 씨가 우국환으로부터 직접 매입한 것으로 판결했다. 이 차이는 2만 주는 코링크PE와 우국환 사이에 주식매매계약이 있지만, 10만 주에 대해서는 계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 ▲ WFM 주식 10만 주 거래에 대해 변호인단은 코링크PE가 우국환으로부터 매입한 주식을 정광보 씨에게 매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검찰과 1심 재판부는 우국환이 정경보 씨에게 직접 매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0만 주 거래, 정광보-우국환 거래 아닌 코링크PE의 우선매수권 행사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변호인이 항소이유서와 의견서를 통해 제기한 두 가지 문제에 대해 검찰의 반박과 설명이 없다”고 말한 뒤 “첫째는 10만 주의 경우 경영권 양수도 과정에서 유보된 우선매수권 행사라는 것이고, 둘째는 우국환이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거래가 있었다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 사이에 우국환이 별도로 장내에서 WFM 주식을 매입했다는 내용”이라며 이에 대한 검찰의 설명을 요구했다.

검찰은 “우선매수권으로 매수한 것이라면 남은 주식 수나 인수할 주식 수에 관하여 경영권양수도 합의서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합의서가 없다”고 말하고 “두번째 부분은 검토가 되지 않아 다음 기일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한 재판부의 질문과 검찰의 답변은 1심 판결이 지독하게 부실한 근거로 내려졌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사실 문제의 10만 주 거래는 변호인단의 주장대로 우선매수권 행사에 의한 것이었으며, 이 내용이 공시까지 된 사실이라는 것이 1심 판결문에도 명시되어 있다.

1심 재판부는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도 “우국환과 코링크PE 간의 계약이 없다”는 이유로 이 거래를 “정광보 씨와 우국환의 직접 거래를 위한 심부름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이 거래는 우선매수권 행사에 의한 것이므로 별도의 계약이 있을 이유가 없다. 코링크PE는 우선매수권 행사를 통해 10만 주를 매입한 후 이를 정광보 씨에게 되판 것이다. 따라서 매도자와 매수자가 서로 알고 있는 사실이 미공개중요정보가 될 수 없다. 

 

 

▲ 1심 판결문에는 WFM 실물주식 10만 주 거래가 코링크PE의 우선매수권 행사에 의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심 재판부는 이 거래가 정광보 씨와 우국환의 직접 거래였다고 판시했다.

 


우국환, 코링크PE에 주식 양도하면서도 한편으로 장내 대량 매집

재판부의 두 번째 질문이었던 우국환의 장내 매집은 WFM 주식 거래와 이동에 있어서 우국환의 위치와 의도에 대한 것이었다. 1심 재판부는 마치 우국환이 아무 것도 모른 채 지분을 매도한 피해자로 간주하고 있지만, 주식양수도계약을 통해 코링크PE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WFM 주식을 대량 매집해 직접 주가를 부양시켰다.

더구나 코링크PE에 대해 235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장기간에 걸쳐 정액 5천원에 팔면서, 그 기간 동안 3~4천원 대의 더 싼 가격에 매집했다. 즉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일부를 시장가격보다 높은 액면가로 코링크PE에 넘기면서, 한편으로 저가 대량 매집을 통해 경영권 양도 후에도 대량 보유하게 될 WFM의 주가를 노골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당시의 일시적인 주가 상승은 검찰 주장처럼 WFM 군산공장 가동의 ‘호재’ 때문이 아니라 우국환의 대량 매집에 의한 것일 개연성이 더 높다.

검찰은 마치 이에 대해 내용이 파악되지 않은 것처럼 답변을 회피했지만, 우국환의 WFM 주식 대량 매집은 당시 공시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검찰은 이미 그 혐의를 파악하고서도 수사조차 하지 않은 의혹이 있다. 그 대가는 우국환으로 하여금 “군산공장 가동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알았다면 WFM 주식을 매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리에도 맞지 않은 결정적인 허위 증언이었다.

 

 

▲ 코링크PE와 우국환의 경영권양수도 계약이 완료되기 직전인 1월 18일의 공시 내용. 이 시기는 1심 판결이 "미공개중요정보의 전달이 있었다"고 판단한 2018년 1월 초순에서 중순의 시기에 해단한다. 우국환은 이 시기에 WFM의 최대 주주로서 코링크PE에 경영권 양도를 위해 주식을 매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매도량과 비슷한 규모의 주식을 장내에서 매집하고 있었다. /전자공시시스템



1심 재판부도 미처 인식하지 못했을 실물주권 12만 주 출고의 모순 


재판부가 검찰에게 던진 세 번째 질문은 1심 재판부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1심 판결의 중대한 모순이었다.

재판부는 “1심 판결문을 보면 ‘실물주권에 기재된 교부연월일이 2018년 1월 19일이다’라는 표현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실물주권(1만주권) 12장을 전달받으면서 이 중 두 장은 1월 24일 증권예타결제원으로부터 출고된 것이고, 나머지는 1월 26일에 출고된 것이다’라는 표현이 있다. 그런데 이 2개가 충돌되는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1월 19일은 어떤 출고를 의미하는 것인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침묵하다가 “확인해보고 다음에 답변하겠다”고 얼버무렸다. 재판부는 이어 “실물주권 12만 주의 예탁결제원 입출고 과정을 정리해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이것은 실물주권 12만 주가 정광보 씨와 무관하게 코링크PE에 양도하기 위해 준비된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것으로, 검찰과 1심 재판부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판결문에 기록한 것이다. 즉 1심 재판부가 “정광보 씨와 우국환 간의 직접 거래”라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세세한 내용에 대해 전혀 깊이 파악하지 않은 채 막던지기 식으로 판결을 내리고, 관련 내용을 아무 생각 없이 판결문에 넣어놓은 것이다.

 

 

▲ WFM 실물주식 교부에 대해 1심 판결의 모순이 드러나 있는 두 부분



재판부, “불로소득, LH사태” 검찰의 비본질적 여론전 시도 제지하기도

재판부는 세 가지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한편으로, 검찰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혐의와 무관한 사적인 내용을 무단으로 공개하며 여론전을 시도하는 것을 제지하기도 했다.

검찰은 정경심 교수와 조국 전 장관 간에 오간 “불로소득” 운운의 문자 메시지를 1심과 같이 다시 공개하며 “불공정 부당한 수익, 불로수익 추구, 공적권한 오남용, 불공정 경쟁, 공적감시 방기” 등 현란한 수식어를 연발하며 급기야 “LH사태가 국민의 극단적 공분을 일으킨 것과 같다”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특히 검찰이 차명거래에 대한 부분에서 “피고인의 친구 남편의 고위 외교관 인사 검증과 관련해 청탁을 받아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전달했으며, 해당자는 인사검증을 하던 시점에 다세대주택 문제로 기사가 나와 곤경에 처한 사실이 확인된다”는 내용을 거론하는 대목에서 재판부는 “방금 말씀하신 부분이 탈법목적으로 차명거래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냐”며 발언을 제지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검찰 변론에 대한 반론의 기회를 다음 기일로 미뤄야 했지만, 이 대목에 대해서는 “검찰의 주장은 이집트 대사 임명과 관련된 것으로 전혀 입증되지도 않았으며, 청탁을 외형적으로 받고 전달하지도 않았고, 친구들과 함께 한 이집트 여행 때도 다른 일행이 공관에 머무는 데도 피고인은 시비를 우려해 따로 숙소를 잡았다”고 적극 해명했다.

재판부의 제지와 변호인단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재판에 참관했던 언론들은 검찰의 의도를 그대로 이어받아 “LH사태와 유사”를 제목으로 뽑고, 기사에서 ‘이집트 대사 청탁’을 빠짐없이 거론했다.

 

▲ 5월 24일 정경심 교수 항소심 3차 공판 관련 검찰의 여론전 시도를 그대로 보도한 언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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