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변인’ 경향 유설희 기자... 기사 잘 봤습니다.

미디어 / 고일석 기자 / 2021-05-17 06:09:30
친검기자 노릇도 어지간히 해야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나보다 이해를 하기도 하지, 어떻게 기자 딱지를 붙이고 대변인보다 더한 대변인짓을 할 수가 있나요?

5월 16일에 업로드된 “"정경심 PC, 방배동에 없었다"..IP 공방, 통신 3사에 물어보니” 기사 잘 봤습니다.

우선 나름 언론인이라고 자임하고 계실 분에게 제목에 ‘검찰 대변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 매우 모욕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본인이 공적 임무를 지니고 활동하는 언론인이라고 자임한다면, 모욕을 느끼기 전에 부끄러움부터 느끼셔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이 글을 통해 그 부끄러움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2018년 7월 27일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하고 있는 경향신문 유설희 기자/민언련 홈페이지



‘14개 아이피 누락’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으신가요?

우선 기사의 시작이 대단히 충격적입니다. “일부 여권 지지자들이 최근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기사를 시작하고, 검찰 증거에는 없던 제3의 아이피 14개를 변호인단이 찾아내서 제시한 과정을 개략적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님께서는 “일부 여권 지지자들이 의혹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조작’의 의심을 전혀 가지지 않으셨나요?

하드에 기록된 아이피 정보라는 것이 이렇게 뽑으면 이렇게 나오고, 저렇게 뽑으면 저렇게 나오는 것도 아닌데, 검찰이 제출한 아이피 기록에 없던 아이피가 새로 나왔다면 검찰이 애초에 원래의 아이피에서 일부를 제외하고 증거로 제출했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작’이라는 의심을 전혀 가지지 않으셨나요?

그냥 “그런 증거가 있었다” 정도라면 조작이니 뭐니 얘기할 필요가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증거는 그냥 증거가 아니라 그것을 근거로 PC가 방배동에 있었던 것이라고 확정되어 정경심 교수가 유죄 판결을 받게 되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였습니다. 그런 중요한 증거에서 제3의 아이피가 누락됐다는 것이 확인됐는데 ‘조작’이라는 의심을 전혀 가지지 않으셨나요?

아니, 꼭 ‘증거 조작’이라고 표현하지 않더라도, 뭔가 이상하고,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도 않으셨나요? 유설희 기자께서 그토록 신뢰하고 추종하는 검찰이 뭔가 숨기고, 감추고, 꾸미고, 빼고, 넣고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도 들지 않던가요?

 

 

 

▲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22개 137 아이피 목록(왼쪽)과 변호인단이 1심 종결 후 새로 확인한 14개 112 아이피가 추가된 36개 아이피 목록. 노란색 부분이 검찰이 누락시킨 112 아이피.

 


아이피 누락, 변명도 해명도 없는 검찰

그래놓고는 정작 조작인지 아닌지, 조작 의혹이 실체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하지 않고 있고, 의혹의 대상인 검찰은 의혹의 핵심인 ‘아이피 누락’에 대해 어떻게 얘기하고 있는지는 전혀 얘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사 중에 검찰 측은 증거조작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했다는 것이 언급되어 있지만, 검찰이 재판 중에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던 증거조작설은 ‘아이피 누락’이 아니라 ‘USB접속’에 대한 것입니다. 설사 그것이 아이피 누락을 포함한 반응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사실무근" 한 마디로 끝날 일인가요?

검찰은 ‘아이피 누락’이 제기된 4월 12일 항소심 1차 공판 이후 5월 10일 2차 공판에서도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하다 못해 “실수로 빠졌다”거나 “분석 기법에 따라 아이피를 다 확인 못할 수도 있다”거나 이런 변명이라도 할 줄 알았더니 아예 말이 없습니다. 그래놓고는 느닷없이 “아이피로는 장소를 특정할 수 없다”며 변호인단을 향해 적반하장으로 덮어씌우고 있습니다.

이는 마땅히 변명할 거리를 찾지도 못하고 더 이상은 아이피를 근거로 하여 “PC 방배동에 있었다” 주장을 할 수 없게 되자, ‘아이피 위치 특정설’을 마치 변호인단이 내세우는 것처럼 호도하고 PC 위치와 관련한 내용을 온통 뒤죽박죽 엉망으로 만들어 재판부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 검찰은 최초에 PC1과 PC2에 있는 아이피 중 C클래스(아이피 주소 세 번째 자리)가 123인 아이피를 특징으로 잡고 이를 시작으로 137아이피를 방배동 아이피로 특정했었다.



친절하게 발로 뛰어 검찰 논리 뒷받침한 유설희

경향신문 유설희 기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친절하게 발로 뛰어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와 대학교수에게 물어보고 “컴퓨터의 전반적인 정보를 봐야지 아이피 주소만 가지고는 (공유기 위치가 옮겨졌는지 등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답을 얻어냈습니다.

유설희 기자님. 법조출입기자 맞으시죠? 애초에 아이피 주소로 장소를 특정한 게 누군지 아시죠? 그리고 1심 재판부가 그것을 근거로 정경심 교수 유죄를 판결했다는 것도 아시죠? 그런데 지금에 와서 안면 싹 바꾸고 “아이피 주소로는 장소를 특정할 수 없다”고 목청 높이는 게 누구라는 것도 아시죠?

검찰이 “2012년 7월부터 2014년 4월까지 방배동 아이피로 특정되는 22개의 137 아이피가 존재한다”며 이것을 근거로 “2013년 6월 16일에 강사휴게실 PC는 방배동에 있었다”고 주장한 것은 2020년 7월 23일 공판 직전에 제출한 포렌식 보고서였습니다. 그리고 2020년 12월 23일에 1심 재판부는 이것을 근거로 정경심 교수의 유죄를 판결했죠.

 

 

▲ 인터넷통신3사

 


진짜 대변인보다 더 진짜 같은 검찰 대변인

검찰이 아이피가 이러저러하니 PC가 방배동에 있었다고 주장했던 7월에는 통신3사를 찾아가 “아이피로 장소를 특정할 수 있냐”고 물어볼 생각을 못하셨나요? 한 달 뒤 열린 재판 끝나고 김칠준 변호사가 “아이피로 장소를 특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열불을 내는 것을 보셨을 텐데, 왜 그때는 고려대 무슨 교수를 찾아 물어볼 생각을 하지 않으셨나요?

제가 보통 경향신문이나 경향신문 법조기자를 부를 때 쓰는 ‘친검언론’ 혹은 ‘친검기자’가 아닌, 법 위반의 소지마저 있는 ‘검찰 대변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검찰의 주장을 그냥 받아 쓸 수도 있습니다. 그걸 가지고 ‘대변인’이라고 부르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이것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쓰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의 증거조작 행위와 적반하장과 말바꾸기에는 철저하게 눈을 감고, 그들의 주장과 맥락과 전략을 그대로 따르며 검찰 대신 나서서 통신3사와 관련 교수를 통해 확인까지 해준 것입니다. 사실은 대변인이라는 표현도 약하군요. 어느 기관의 어느 대변인이 유설희 기자처럼 이렇게 열심히 하겠습니까?

 

 

▲ 유설희 기자는 SBS의 '직인 발견' 예언보도와 관련 유튜버 빨간아재와 SBS와의 논쟁이 벌어지는 와중이었던 2020년 5월 1일 <정경심 PC에서는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을까?>라는 팩트체크 아닌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나중에 발견됐으니 발견된 것"이라는 기상천외한 논리로 SBS의 보도를 옹호한 적도 있다./ 2020.5.4. 유튜브 빨간아재



변호인단의 위치 특정은 아이피 아닌 PC 사용 기록

유설희 기자님. 5월 10일 공판 취재하셨죠? 그리고 다른 건 까짓거 다 모른 척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PC의 위치와 관련해 변호인단이 어떻게 변론을 했는지는 취재하셨죠? 검찰이 덮어씌우기로 주장하는 것처럼 변호인단이 아이피로 PC의 위치를 특정했던가요?

변호인단은 유설희 기자께서 충실하게 전하고 있는 검찰의 주장처럼 아이피로 장소를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계시죠? 정경심 교수의 일정과 PC 사용 기록을 비교해 PC의 사용 위치를 특정했습니다. 유설희 기자께서 이제야 직접 발로 뛰어 확인하셨듯이 검찰처럼 말도 안 되게 아이피로 장소를 특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변호인단이 아이피를 언급한 것은 이처럼 정경심 교수의 일정과 PC 사용 기록을 확인해 장소를 특정한 것을 토대로, 아이피의 속성상 끝자리가 112인 아이피가 사용된 기간 동안 동양대에 있었다고 확장해서 설명한 부분입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무시해도 좋은 부분입니다.

 

 

▲ 변호인단은 2013년 8월 22일 오전 정경심 교수가 동양대에서 PC 사용 중 4분 거리인 우체국에 다녀온 기록을 확인해 당시 PC가 동양대에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가장 중요한 “PC 동양대 사용” 외면한 검찰 대변인

중요한 것은 정 교수의 일정과 PC의 사용기록을 비교해 6월 16일의 앞과 뒤인 5월과 8월의 PC 위치를 특정했다는 것입니다. 그 앞과 그 뒤는 어떻게 되더라도 5월과 8월은 강사휴게실 PC가 동양대에 있었고, 따라서 6월 16일에도 동양대에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주장이었습니다. 유설희 기자가 재판을 방청하면서 딴청을 피거나 졸지 않았다면 도저히 모를 수가 없는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IP 문제로 쟁점을 흐리고 있다”면서 자기 주장을 스스로 뒤엎는 주장을 들고 나왔습니다. 쟁점을 흐리고 있는 것은 바로 검찰입니다. 변호인단이 검찰의 증거 조작을 밝혀내고, 정 교수의 일정과 PC 기록을 확인하여 아이피를 바탕으로 장소를 특정했던 검찰의 주장을 탄핵하고 무효화시킨 것이 쟁점이며 핵심입니다. 그 핵심적인 쟁점을 사실과도 다른 주장으로 물타기를 하고 덮으려고 하고 있는 것은 바로 검찰인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 어떻게 이런 내용은 쏙 빼고 검찰의 말만 토씨 하나 안 빼고 그대로 전하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친절하게 통신3사와 고려대 모 교수까지 동원해 백업 취재까지 해서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짓을 하실 수가 있나요?

 

친검기자 노릇도 어지간히 해야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나보다 이해를 하기도 하지, 어떻게 기자 딱지를 붙이고 대변인보다 더한 대변인짓을 할 수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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