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백신 전쟁... 승리의 열쇠는 '직접 생산'

사회 / 고일석 기자 / 2021-02-26 18:00:09
지난 연말과 올해 초 백신 공급이 시작되면 끝날 줄 알았던 백신 확보 전쟁이 날이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 전쟁은 백신의 독자 개발과 함께 독자적인 생산기반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며, 우리나라는 그 점에서 절대적인 강점을 확보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보건소를 찾아 국내에서 일제히 진행된 코로나19 첫 백신접종을 지켜보면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26일 전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그런데 지난 연말과 올해 초 백신 공급이 시작되면 끝날 줄 알았던 백신 확보 전쟁은 날이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다. 

 

전 인구의 몇 배를 확보했다고 자랑하던 나라들도 정작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접종이 지연되는 사태를 맞고 있고, EU와 영국은 브렉시트로 생긴 감정적 반목이 백신 갈등으로 폭발하고 있다. 일찍 백신 확보에 나섰던 일본도 하루 접종이 3천 명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 전쟁의 한 가운데에는 백신의 독자생산 능력이 자리잡고 있다. 그 점에서 우리나라는 절대적인 강점을 확보하고 있다. 

 

 

▲ 1월 28일 영국 데일리메일과 데일리 익스프레스 보도. 영국에서 생산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물량도 EU로 공급하라는 EU의 요구에 대한 반격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둘러싼 영국와 EU의 충돌

지난 1월 18일 화이자는 미국 이외 지역 공급을 담당하는 벨기에의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EU에 대한 공급이 일시적으로 지연된다고 밝혔다. EU 국가들은 당황했지만 시설 확충이 이루어지면 공급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에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그런데 1월 24일 아스트라제네카는 EU에 대한 1분기 공급량을 8000만회 분으로 잡았던 계획보다 60% 적은 3100만회 분으로 줄인다고 통보했다. 이유는 백신을 생산하는 인도 공장에서의 화재 사고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벨기에에서 생산하고 있는 물량을 계약 순서에 따라 영국에 우선 공급하는 것에 있었다.

그러자 EU는 즉각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해 계약 위반이라며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까지 나섰다. 그리고 벨기에 생산공장을 조사하는 등 압력을 행사했다. EU는 다음 날인 1월 25일에는 "회원국에서 생산된 백신의 수출을 통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벨기에에서 생산돼 영국으로 공급되는 화이자 백신의 수출을 통제하겠다는 뜻이다.

1월 27일 EU는 한 발 더 나아가 영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물량도 EU에 공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1월 28일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에 공급해야 할 1억 도스에서 단 한 개도 뺄 수 없다"고 맞받았다.

영국 언론들은 일제히 "NO, EU can't have our jabs!(EU는 우리 백신을 가져갈 수 없어, 데일리메일)", "Wait your turn! Selfish EU wants our vaccince. (순서를 기다려. 이기적인 EU가 우리 백신을 가져가려고 해)"라며 EU를 공격했다. 유럽 언론들은 "백신 쟁탈전이 공중납치(hijack)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신을 둘러싼 영국과 EU의 거친 공방은 1월 31일 아스트라제네카가 3월 중 공급분을 4000만 회로 늘리기로 하면서 진정됐다. 그러나 2월 23일 로이터통신은 EU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아스트라제네카가 2분기까지 계약분 1억 8000만회분의 절반인 9000만회분 이하의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여전히 공급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 2월 21일 연합뉴스TV 캡처

 


세계 전 지역에 걸친 화이자 공급 부족

아스트라제네카의 공급 문제가 EU 지역에 국한된 것이라면 화이자의 공급 문제는 전 지구적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세계 곳곳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있지만, 화이자는 미국과 독일, 벨기에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mRNA 백신은 기존 인플루엔자 백신과 다른 생산 설비가 요구된다. 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데 한계가 있다.

거기에 화이자는 아스트라제네카처럼 생산시설을 전방위적으로 확충하는 데에 소극적이다. 수송과 보관 조건도 특이해서 백신 공급은 물론 수송체계까지 화이자가 직접 관장하려고 한다. 공급 초기 미국에서 연방정부에서 확보한 백신이 주정부로 전달되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그 때문이다.

처음부터 다양한 공급선을 확보해왔던 우리나라와는 달리 화이자에 올인하고 있는 일본은 지금 심각한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당초 6월까지 6000만명분을 공급받기로 했지만 올 2월 공급량을 7200만명분으로 늘리면서 공급시한을 연말까지로 연장했다. 일본은 확보 물량의 절반이 화이자 백신이다.

그러나 유럽 생산 물량으로 미국 이외 지역을 커버하고 있는 화이자는 유럽 수요도 제대로 감당을 못하고 있어 그 여파가 일본에까지 미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화이자 유럽 공장의 확장으로 5월부터는 공급이 늘어날 예정이나, 4월까지는 공급량이 제한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벨기에에서 생산되는 화이자 백신은 EU의 수출승인이 필요해 5월 이후 공급도 확실하지 않다.

이에 따라 일본은 접종 계획이 줄줄이 연기되는 가운데 100세 이상부터 접종을 시작하고, 2회 접종을 1회 접종으로 줄이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 2월 25일 경북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백신이 출하되고 있다./대구KBS 보도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열쇠, 직접 생산

백신을 직접 개발해 생산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은 이런 백신 전쟁에서 논외다. 러시아와 중국은 자국 생산 백신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백신 확보에서 소외되고 있는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지역에 무상 공급까지 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양의 백신을 생산하는 인도 역시 백신 전쟁과 무관하다. 전 세계 백신의 생산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인도는 16억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바람에 인도 이외 지역에 대한 백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까 각국이 긴장하고 있다.

EU국가들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공급 지연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는 "유럽 지역 생산 공장의 생산성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유럽 지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생산을 맡고 있는 공장에서 수주 물량만큼 생산이 이루어졌다면 공급 지연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은 화이자 백신의 공급에 치명적인 차질이 빚어지자 뒤늦게 직접 생산에 뛰어들었다. 일본 정부는 1월 25일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을 일본 다케다제약을 통해 공급하기로 하고 국내 생산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고, 28일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한 1억2000만회분 중 75%에 해당하는 9000만회분을 일본 현지에서 위탁생산 방식으로 공급한다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이 2월 26일 서울 마포구 보건소를 찾아 첫 접종자인 푸르메 넥슨어린이 재활병원장이 접종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청와대 제공



처음부터 직접 생산이 목표였던 한국

백신 확보가 늦었다고 야당과 언론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야 했던 우리나라 정부는 처음부터 직접 개발과 직접 생산에 주력했다. 그러느라 생산시설 확충에 미온적인 화이자와의 협의가 늦어졌고, 해외 생산에 적극적인 아스트라제네카가 백신 확보의 주력이 됐다.

우리나라는 SK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를 생산하고 있고, 노바백스는 기술 이전 계약까지 맺었다. 모더나는 한국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GC녹십자는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코로나19 백신 5억 도스 이상을 위탁생산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러시아는 자국이 개발한 스푸트니크V의 생산기지로 한국을 점찍어 한국코러스가 주축이 된 8개 업체 컨소시엄과 연간 5억 도즈 생산을 계획 중이다.

유럽에서 공급 지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국내에 공급되는 물량에는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 또한 정부는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독자적인 백신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으로 독자 백신 개발 작업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3분기 이후 1000만명분 공급으로 계획됐던 화이자 백신도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공급을 고리로 300만명분을 추가 공급하면서 시기도 4월로 앞당겨졌다. 기술 이전을 통해 명실상부한 ‘한국산 백신’이 될 SK바이오사이언스의 노바백스 백신도 4월부터 공급이 시작된다. 

 

 

▲ 26일 접종이 시작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청와대 제공



26일 전국 각지에서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한국보다 9일 먼저 접종을 시작한 일본을 이틀이면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일본은 25일까지 총 2만1896명을 접종했다. 우리나라의 26일 하루 접종 예정 인원은 17,000명이고 1주일 간 예상 접종 인원 18만명이다. 1일 평균 25,714명 꼴이다. 이 속도라면 한국은 이틀이면 일본을 추월하게 된다.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백신 전쟁에서 우리나라는 완전히 벗어나 있다. 외신들이 우리나라의 접종이 늦어진 것에 대해 “자체 백신개발을 기대했기 때문”으로(BBC), “수억 명의 사례를 지켜볼 수 있는 사치(luxuary)”를 누렸으며(Bloomberg) 그 결과로 “시작은 늦었어도 완료는 가장 빠를 것”(Diplomat)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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