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오세훈의 장애인 차별 공약

정치 / 고일석 기자 / 2021-03-26 16:55:09
이쯤되면 오 후보에게 있어 ‘차별’이란, 스스로 의식할 수 없을 만큼 깊이 내재화되어 있는 개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강서구 일원에 내건 "어울림플라자 재건축 전면재검토" 공약 현수막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26일 서울 강서구에 “‘어울림플라자’ 재건축 전면재검토”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어울림플라자는 강서구 등촌동 공항대로 옛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지에 “주민, 청소년, 어르신, 장애인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문화복합단지”의 개념으로 계획됐으나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추진이 지체되다가 주민과의 협의 끝에 4년 만인 2020년 12월 기존 건물 철거에 들어갔다.

오세훈 후보는 이 사업의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건 것이다. 이는 ‘장애인 시설’이라며 이 시설의 설립을 반대해왔던 일부 주민의 편을 들어준 것으로 오세훈 후보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 의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어울림플라자는 도서관, 피트니스센터, 갤러리, 공연장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 어르신과 청소년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복지 시설을 한데 모으고, 전체 공간을 장애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 건물'로 짓는 전국 최초의 시설이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차별 없이 한데 어울려 활용할 수 있는 광장”이라는 뜻에서 ‘어울림플라자’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 어울림플라자 조감도/서울특별시



그러나 녹지와 주민 편의시설이 부족한 강서구와 등촌1동의 지역적 특성과 주민정서 이해 부족, 대규모 공사에 따른 불안과 소음‧분진 등의 피해, 장애인특화시설 운영에 따른 걱정 등을 이유로 어울림플라자 사업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지난해 7월 강서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쪽이 충돌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공터도 많은 데 이렇게 큰 건물을 왜 강서에 짓느냐, 강남에다 지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 단체 쪽은 “장애인시설이 20% 정도인 건물이 어떻게 장애인 플라자냐”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자들과 30차례 넘는 면담, 간담회, 설명회를 갖고, 여기서 나온 다양한 요구사항을 반영해 사업계획을 몇 차례에 걸쳐 수정했다. 그 결과 소음방지 방음벽 설치, 학생 안전 통학로 확보, 주차장 추가 확보 등에 합의해 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었다.

 

 

▲ 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특수교육 아동의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는 등의 진통 끝에 2020년 3월 개교한 강서구 등촌동의 서진학교.


오세훈 후보의 ‘어울림플라자’ 재건축 전면재검토 공약은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무책임한 개입으로 난항을 겪은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사태를 재연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공약이다.

서진학교는 2016년 3월 강서구 가양동에 개교할 목표로 2013년 11월 행정예고를 통해 공고됐다. 그러나 지역구 의원이었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부지의 소유주인 서울시교육청과의 의사와 무관하게 2015년 10월 주민설명회를 열어 "공진초 부지에 국립한방의료원을 건립하겠다"고 했고, 이를 2016년 4·13 총선의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공약은 이후 특수학교 건립 반대 세력의 주요 논거가 됐다. 2017년 9월 5일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을 위한 주민토론회'에서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대해 장애아동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 눈물겨운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토론회를 주관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한방의료원 설립 얘기는 지난해 총선 처음 들었다. 학교 용지에 한방병원을 지을 수 있다는 건 김성태 의원이 만든 가공의 희망"이라고 비판했다. 서진학교는 이런 진통을 거친 끝에 2020년 3월에야 문을 열었다.

 

유권자의 표만 노린 정치인의 무책임한 공약에 지역주민과 장애학생 부모들 간의 극심한 갈들이 벌어지고 학교 개교가 계획보다 4년이나 늦어지게 된 것이다. 오 후보의 '재검토' 공약은 서울시와 지역주민 간의 기나긴 협의 끝이 성사된 '어울림플라자' 건립 계획에 또 다시 갈등의 불씨를 던진 것이다. 

 

 

 

▲ 2017년 9월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을 위한 주민토론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찬반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자 장애아동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고 있다./서울장애인부모연대 페이스북

 

이 공약은 또한 오세훈 후보의 ‘전면 무상급식 절대 반대’와 맞닿아 있다. 차별의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아이들이 가정환경과 부모의 재산으로 구별되고 구분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에 대한 이해를 전혀 갖고 있지 못한 '어울림플라자' 재검토 공약과 전혀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쯤되면 오 후보에게 있어 ‘차별’이란, 스스로 의식할 수 없을 만큼 깊이 내재화되어 있는 개념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지역의 지역구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 후보의 공약은) 당당하게 차별을 공약한 것”이라며 “장애를 가진 사람도 서울시민”으로 “평범한 일상을 보낼 당연하고 마땅한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서울시가 모든 사회적 약자의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며 “오 후보에게 부탁드립니다. 우리 적어도 차별을 공약하지는 맙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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