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공소청 신설, 전광석화와 같이 처리하라

정치 / 고일석 기자 / 2020-12-31 14:48:08
검찰청 해체와 공소청 설립은 늦어도 2022년 대선 전까지 완료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검찰개혁을 가시적으로 완성시켜야 한다. 수사권을 이양받을 기관의 준비를 감안하더라도 2024년까지 유예시킬 이유는 전혀 없다.

지난 29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 등 13명의 의원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설립하는 검찰청법 폐지안과 공소청법 제정안을 각각 제출했다.

이 법안의 제안설명은 그 자체가 장엄한 선언문이다. 우리의 형사사법체계가 얼마나 왜곡되고 비틀어져 있었는지, 이러한 엽기적인 형사사법체계를 단 하루라도 더 내버려둘 수 있는 것인지 제안설명만 봐도 바로 깨달을 수 있다.

대한민국 검찰은 기소권, 수사권, 영장청구권, 수사지휘권, 형집행권, 국가소송 수행권 등 형사사법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국가 최고의 권력으로 군림해왔다.그러나 이렇게 강력한 권한을 가졌으면서도,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객관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추상적인 선언 외에 검찰을 통제하는 제도적 장치들은 유명무실하다.

검찰총장의 인사권과 계급화된 상명하복의 조직문화 아래 검찰은 엘리트 관료집단이 되었으며, 조직의 이익을 위하여 정치 권력, 자본 권력, 때로는 언론 권력과 결탁해 그 막강한 권한을 이용하여 형사사법절차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효과적이고 민주적인 견제 제도의 미비와 자정능력의 부재로 검찰의 특권 의식은 우려할만한 수준이며 이른바 ‘전관예우’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부패 수준도 심각하다.

해방 직후 혼란한 상황에서 무장된 경찰의 통제를 위해서 검찰에게 임시로 부여되었던 과도한 권한을 이제 제자리로 돌려, 검찰은 기소권으로서 경찰 수사의 적법성을 평가하고 통제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검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그 스스로 한 수사를 평가하여 기소·불기소를 결정하는 방식은 모순이다.

수사·기소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검사에게 공판에서의 당사자와 공익의 대표자라는 이중적 지위에 따른 역할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제도로써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여 상호 견제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게 해야 수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유죄 심증과 불필요한 정보 교류를 사전에 차단하고, 수집된 증거에 의해 수사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기소 결정에 합리성을 기할 수 있게 되어 검사의 객관 의무를 제도적으로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던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의 조직, 직무 범위 및 인사와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공소청법을 발의하여 검사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전문적으로 하는 관청임을 명확히 하여 공정한 형사사법절차 구현 및 사법신뢰도를 제고하고자 한다.


공포의 수준에 이른 검찰권의 남용과 횡포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한 검찰이 독점한 채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기소에 의한 검찰권의 남용과 전횡은 이제 분노를 넘어 공포의 수준에 이르렀다.

한때 권력의 충견 노릇을 하던 그들은 초월적 권한으로 이미 괴물이 되어 그들이 권력을 다스리고 스스로 권력이 되겠다고 나서고 있다. 전관과 현직이 결탁한 그들의 카르텔은 공동체의 정의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함께 가진 것에서 비롯된다.

문재인 정부는 경찰에 수사개시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하여 검찰의 수사권을 분리하면서도 검찰개혁의 단계로서 일부 분야의 검찰 직접수사권을 남겨뒀다. 그러나 이 분야들이 모두 검찰권 남용의 영역이며, 그들의 권력을 과시하고 휘두르며 전관이 당겨주고 현직이 밀어주는 전관비리의 터전이다.

검찰이 검찰개혁의 대의에 동의했다면 원래 계획대로 검찰 직접수사 범위를 순차적으로 줄여가면서 수사권 이양을 점진적으로 이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70년 기득권의 일각을 허무는 검찰개혁에 저항했고 보복으로 맞섰다.

이제는 더 이상 검찰을 개혁의 주체나 동반자로 간주할 수 없는 이유다. 따라서 그들을 온전히 개혁의 대상으로 놓고 과감하게 수술해야 한다. 그것이 검찰에 잠정적으로 남겨두었던 일부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고 원래대로의 기소 및 공소 전담 행정관서로 재편하는 일이다.


수사권 이관, 시간 끌 이유 없다

문제는 시기다. 늦추고 미룰 이유가 전혀 없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수사권의 완전 분리를 위한 잠정적이고 단계적인 조치일 뿐, 그들이 영원무궁 가져갈 수도 있는 권한이라는 착각의 여지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


법안은 2024년 1월을 시행시기로 잡고 있다. 이는 수사권을 이관받을 기관을 지정하고 준비하는 데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과,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6개 직접수사권의 시행 기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대표발의자인 김용민 의원은 “시행시기는 잠정적인 것으로 수사권을 이양받을 기관이 확정되고 준비가 된다면 법안 심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에게 남겨져 있는 6개 분야 수사권을 이관받을 기관에 대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고 논의가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어떤 방법이라도 3년 씩이나 유예기간을 줄 필요는 없다. 


2021년 1월 1일부터 발족하는 경찰의 국가수사본부로 바로 이양해도 된다. 국가수사본부는 산하 수사국에 ▲반부패공공범죄수사과 ▲경제범죄수사과 ▲중대범죄수사과를 두고 있어 검찰의 6개 직접수사권 중 대부분을 그대로 이양받을 수 있다. 또한 공직자범죄는 대부분 공수처의 수사범위와 중복되고, 선거범죄는 국가수사본부와 지역 경찰청이 담당하면 된다.

경찰에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으나 경찰도 기소권이 없었을 뿐 이미 수사를 하고 있던 분야들이다. 경찰 권한 비대가 우려된다면 별도의 특별수사청을 설립해 그대로 이관하면 된다.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고집했던 근거는 이른바 ‘수사경험’이다. 검찰이 중대 사건을 많이 다루어왔으므로 그 경험을 보존하고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 경험을 그대로 국가수사본부나 특별수사청으로 옮기면 된다.

검찰의 수사경험이란 기소권을 함께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축적된 것이다. 검찰이 경찰에 비해 수사 능력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은 기소권을 빼놓고 나면 그다지 특출날 것도 없다. 경험과 능력의 이유로 검찰에 수사권을 잔존시키는 것은 기소권을 수사의 도구로 사용하는 반칙을 계속 허용하는 것과 같다.


적시에 입법하고 적시에 시행해야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가지는 정치적 효능감이다. 검찰개혁의 핵심 중의 하나인 공수처법이 2019년 12월 통과될 때만 해도 검찰개혁은 확실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설치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됐다.

우여곡절 끝에 공수처장 후보가 지명되어 공수처 설립을 위한 중요한 진전을 이루게 됐는데도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공수처 설립이 지척인데도 정말 설립이 될지에 대한 회의(懷疑)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오히려 검찰이 조장해놓은 극도의 불신에 공수처가 제대로 운영이 될지에 대한 걱정이 앞서고 있다.

이를 틈타 보수언론과 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피로감을 조장하고, 검찰개혁 무용론을 전파하고 있으며, 검찰개혁을 정권 보위를 위한 수단으로 격하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면 검찰개혁은 물론 정권에 대한 기대와 신뢰까지 힘을 잃게 된다.

적시에 입법하고 적시에 시행하여 국민이 원하는 정치의 효능감을 확인시켜줘야 한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수사·기소권 완전분리'의 법제화를 내년 상반기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유예기간 동안의 검찰 직접수사에 대해서는 검찰 내의 수사조직을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상반기 법제화만 해도 정치의 효능감을 확인시킬 수 있다. 그러나 시행 시기를 2024년까지로 미룬다면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분리는 또다시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상태가 된다.

시행 시기는 늦어도 2022년 대선 전까지로 하여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검찰개혁을 가시적으로 완성시켜야 한다. 수사권을 이양받을 기관의 준비를 감안하더라도 2024년까지 유예시킬 이유는 전혀 없다.

검찰의 70년 기득권을 해체하는 거대한 일이므로 졸속으로 추진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검찰개혁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검찰의 비이성적인 저항을 감안한다면 조금이라도 질질 늘어지는 여지를 주어서는 안 된다. 전광석화와 같이 처리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도록 못을 박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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