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서 확인 못해 혼선?"... 오리발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오세훈

정치 / 고일석 기자 / 2021-03-16 13:34:06
"노무현 정부 때 지정되지 않았다" 알고 있던 오세훈
환경부 부동의는 전체의 5%에 해당하는 희귀한 사례
법 개정에 따른 자동 이행 아닌 별개의 지구지정 추진
개발 불가능한 그린벨트는 토지 수용 자체가 특혜

 

▲ 오세훈 후보는 9일 민주당에서 셀프 보상 의혹을 제기한 시점부터 계속 "노무현 정부 때 지정된 땅"이라고 주장해왔다.

 


"노무현 정부 때 지정되지 않았다" 알고 있던 오세훈

오세훈 후보는 16일 오전 해명에서 "내곡동 보금자리주택 땅은 서울시장 취임 전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국민임대주택 예정지구로 지정됐다고 했는데, 이는 당시 공문서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혼선이 있었다"고 말했다.

즉 자신은 정말 노무현 정부 때 지정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셀프 보상 의혹을 제기한 지난 9일 "10년 전 흑색선전의 재탕으로 이미 해명된 사안"이라며 2010년 선거 당시의 해명 자료를 그대로 제시했다.

이 자료에는 오 후보는 "내곡지구의 해당 토지는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기 전인 2006년 3월 28일 국민임대주택예정지구지정제안하여 편입되어 추진되던 중"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2006년 3월 28일 지정됐다"는 내용이 전혀 아니다.

 

▲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 측의 해명자료. 오 후보는 이번 민주당의 의혹 제기에도 이 자료를 즉각 제시해 반박했다.


행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아니 최소한의 문해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임대주택예정지구지정제안하여 편입되어 추진 중"이라는 대목을 "지구로 지정됐다"는 뜻으로 이해할 사람은 없다. 이것은 해명자료의 표현 대로 "제안되어 추진 중"이던 사안이었을 뿐이다.

10년 전 선거에서 이 해명자료를 작성할 당시 오세훈 후보는 해당 지역이 '지구 지정'이 아닌 '제안 단계'에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자료를 찾아 다시 제시한 3월 9일 시점에서 갑자기 "공문서를 확인 못한 혼선"이 일어날 수는 없다.

또한 오세훈 후보는 10일 민주당 천준호 의원과 고민정 의원을 고발하면서도 고발 요지에 "이 사건 토지는 2006.3 (중략) 국민임대주택예정지구로 지정제안되었고"라고 명기하고 있다. 고발 시점에서도 "노무현 정부 때 지구지정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이처럼 오 후보는 내곡지구가 2006년 3월 28일 당시 '제안'된 것이며 지구지정된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시종 "노무현 정부 때 지정됐던 것"이라고 주장해왔던 것이다. 

 

▲ 오세훈 후보가 공개한 천준호·고민정 의원에 대한 고발장



환경부 부동의는 전체의 5%에 해당하는 희귀한 사례

오 후보는 또한 "주민 공람과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다소 논란이 있어 당시 지정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의 상황은 결코 '다소 논란'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당시 환경부는 2007년 6월 사전환경성검토 결과 '부동의' 의견을 냈다. '부동의' 의견이란 그냥 "동의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다. 사전환경성검토를 통한 의견 제시는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른 행정행위다.

환경부가 2006년 발행한 '사전환경성검토제도' 자료에 따르면 당시 환경부 사전환경성검토의 부동의 비율은 5%에 불과했다. 내곡동 지구지정 반대운동을 펼치던 환경운동연합은 수도권에서 환경부의 부동의 판정이 난 경우는 이것이 최초의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희귀한 사례였다.

 

이런 희귀한 사례가 두 번이나 이어지고 세 번째 협의 요청에서 대상 지구의 면적을 40%로 줄이는 조건으로 조건부 동의에 이르렀던 과정을 '다소 논란'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 2006년 환경부가 발행한 사전영향성 검토 설명 자료

 


법 개정에 따른 자동 이행 아닌 별개의 지구지정 추진

오세훈 후보는 또 "그 후 ‘국민임대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이 ‘보금자리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으로 전면개정되어 계속 사업이 되면서 보금자리주택지구로 편입되었고, 서울시는 그 과정에서 요식적인 행정절차만 밟았을 뿐"이라고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오 후보의 주장은 "지구 지정이 진행되던 과정에서 관련법이 개정됨에 따라 자동적으로 보금자리주택지구로 편입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민임대주택예정지구 사업이 관련법 개정에 따라 자동적으로 보금자리주택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보금자리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 부칙 제3조는 개정 전 법률에 따라 국민임대주택단지예정지구로 지정된 지구는 특별한 절차 없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것으로 간주하도록 되어 있다. 즉 법 개정에 따른 자동적인 이행이었다면 '요식적인 행정절차'도 필요 없었다.

서울시는 기존에 제안되어 추진 중이던 국민임대주택단지는 도저히 사업을 진행할 수 없어 2009년 7월 이를 철회하고 2009년 8월 새로 지구지정 제안을 제출해 12월 지구로 지정받았다. 즉 기존의 국민임대주택단지예정지구 지정 추진과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은 전혀 별개의 사업인 것이다.

이런 과정을 '관련법 개정에 따른 자동 이행'으로 볼 수는 없으며, 더구나 '요식적인 행정절차'로 볼 수는 없다. 서울시의 행정적 판단에 따라 기존 제안을 철회했고, 개정법에 의거한 별도의 사업으로 지구 지정을 제안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철회'의 주체도 오세훈 시장이었고, 새로운 '제안'의 주체도 오세훈 시장이었다.

 

▲ 오세훈 후보 처가의 땅은 내곡동 보금자리주택지구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다./3월 15일 KBS 보도



개발 불가능한 그린벨트는 토지 수용 자체가 특혜

오세훈 후보는 16일 해명에서 "공공기관에 토지가 수용되는데 손해를 보았으면 보았지 엄청난 이득을 본다는 것은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 말"이라며 "통상 토지소유자들은 싯가보다 낮은 보상가에 대하여 억울해하고 소송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또한 "저의 처가집은 사위가 시장인데 시책에 협조하자는 입장으로 정리하고 손해를 감수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멀쩡히 잘 있는 땅을 정부와 공공기관이 수용할 때는 이런 해명이 맞을 수 있다. 개발도 되고 매매도 되고 있는 땅을 정부와 공공기관이 수용하는 것은 토지 소유주 입장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일체의 개발행위가 금지되어 있는 그린벨트의 경우는 다르다. 그린벨트는 정부가 수용하는 경우가 아니면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공공사업을 위해 수용해주는 것 자체가 특혜다.

그린벨트에서는 수목과 화훼 재배 등 극히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토지의 이용이 이루어질 뿐 '개발 가능한 토지'로서의 가치는 원론적으로 전무하다. 토지 사용 목적이 아닌 지가 상승을 기대하는 그린벨트 토지 거래는 있을 수 없다.

또한 지금까지의 관례로 봤을 때 그린벨트 지역의 토지 보상은 절차적으로 합법적이라고 해도 보상 수준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실거래가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소유주들을 반대할 이유도 없고 더구나 '시책에 협조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할 일도 없다.

그린벨트 해제가 전제가 된 개발 계획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실제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과 화훼와 수목 등의 경작자들과 환경단체 뿐이다. 그곳에서 생활하지 않는 소유주들이 반대에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 보금자리주택 건설 이전의 내곡동 지구



거짓에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는 오세훈 후보

그는 초기에는 "결정권자는 서울시가 아닌 국토부"라는 말로 책임을 벗어나려고 하다가, 지금은 "국장 전결"이라는 것을 들어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사안을 '과장 전결'로 추진하고 처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세훈 후보의 해명은 거짓에 또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지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고 ▲추진 과정에서의 반대가 '다소의 논란' 수준이 결코 아니었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그린벨트 토지의 수용 자체가 특혜라는 것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혹시 그의 해명대로 내곡동 지구지정과 관련된 이 모든 과정과 의미를 정말 모르고 있었다면, 그의 서울시장으로서의 업무 수행 능력을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 더브리핑.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