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검찰개혁 속도조절’?... 여권 갈등 노린 언론의 노골적 공작

정치 / 고일석 기자 / 2021-02-24 12:44:09
친검언론들의 일방적 해석 따른 프레임 씌우기
“수사권 개혁 안착” 당부는 행정부 차원의 지시
대통령 레임덕 노린 친검언론의 자가발전
박범계 장관 "대통령, 그런 뜻으로 말한 적 없어"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완전분리 작업에 대해 언론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속도조절 요구를 당이 거부하고 있다며 마치 수사권 완전분리에 대해 당과 청와대가 충돌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 2021년 1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 등 신임 장관에 대한 임명식을 마친 뒤 함께 걸어나오고 있다/ 청와대 제공


친검언론들의 일방적 해석 따른 프레임 씌우기

그 근거는 지난 22일 박범계 장관이 전한 대통령의 당부다. 박범계 장관은 검찰 수사권 완전 분리에 대한 장관의 의사를 묻는 민주당 김용민 의원의 질문에 대해 “원칙적으로 수사 기소가 분리돼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답한 뒤 “문재인 대통령이 저에게 주신 말씀은 크게 두 가지다. 올해 시행된 수사권 개혁이 안착되고, 두 번째로는 범죄수사대응능력, 반부패 수사역량이 후퇴해선 안 된다는 차원의 말씀을 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에 대해 언론들은 일제히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속도조절을 요구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23일 의원 그룹 ‘처음처럼’ 주최로 열린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를 대통령에 대한 항명으로 보도하는 언론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속도조절’론은 박범계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에 대한 언론의 일방적인 해석에 따른 것이다. 지시 자체는 물론 맥락에도 근거가 없고, 당정청 어느 쪽이든 이를 확인하는 과정도 없었다. 자신들이 프레임을 만들어놓고 그 프레임 위에서 “검찰에 6대 범죄의 직접 수사권만 남긴 검경 수사권조정안이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가 핵심인 중수청 설치까지 추진하는 건 무리”라는 식으로 또 다른 해석을 얹어나갔다.

 

▲ 2월 22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사위에 출석 답변하고 있다.

 


“수사권 개혁 안착” 당부는 행정부 차원의 지시

대통령의 당에 대한 의사는 당대표와 총리, 그리고 비서실장이 참석하는 고위 당정청회의를 통해 전달되고 일상적인 소통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통해 이루어진다. 검찰개혁은 민정수석 소관이므로 민정수석을 통해 전달될 수도 있다.

당에 전달할 의사를 장관을 통해 전달하는 경우는 없다. 장관에게 하는 지시나 당부는 행정부에서 이행하고 수행해야 할 사항들에 대한 것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올해 시행된 수사권 개혁”은 검찰개혁 시즌2로 검찰에서 분리해내려는 ‘6개 분야 수사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부분을 제외한 다른 범죄 수사에 있어 검찰과 경찰의 엄격한 역할 분리에 따른 경찰의 수사개시와 종결, 그리고 검찰 기소권의 적절한 행사를 위한 보완수사와 재수사 요구 등의 업무 체계를 말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당연히 시급히 안착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다.

이는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 수사권 완전분리와는 관계가 없다. 오히려 민주당의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발맞추어 법무부와 검찰이 이미 시행되고 있는 수사·기소 분리 체계의 안착을 서둘러야 한다는 ‘속도 강화 지시’로 해석해야 할 내용이다.

또한 ‘검찰 수사 역량 유지’ 역시 민주당의 수사권 분리 작업과 관계없이 검찰에게 주어진 수사 분야에 대한 수사 역량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지시다. 이를 굳이 수사권 완전 분리작업과 연계시킨다면, 별도의 수사기관으로 이관될 수사 분야라고 해서 검찰이 수사를 게을리하거나 역량을 스스로 후퇴시켜서는 안 되며, 현재의 수사 역량을 유지해 신설될 별도의 수사기관으로 차질없이 이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옳다.

 

 

▲ 중앙일보 2월 24일 보도



대통령 레임덕 노린 친검언론의 자가발전

이처럼 언론이 부풀리고 있는 대통령의 ‘속도조절’론은 대통령의 지시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바탕 위에서 자신들의 희망사항을 자가발전시킨 일종의 공작이다. 이 공작이 자신들의 의지에 의한 것인지 검찰개혁을 저지하려는 검찰의 공작에 추종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청와대의 뜻에 반하여 여당이 독자적으로 나서는 당청갈등으로 부각시켜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연결시키려는 의도는 분명하다.

특히 중앙일보는 법무부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와 여당이 주최한 검찰개혁 공청회를 엮어 ‘레임덕 신호’로 연결시킨 <대통령 영도 안 통한다, 여권 초선 강경파> 기사를 24일 지면의 1면 톱으로 올렸다.

이 기사는 대통령의 지시가 공개되기 훨씬 전에 일정이 잡힌 공청회를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신현수 사태’를 가까스로 일단락지으며 검찰 개혁 속도조절론을 주문한 지 하루 만”에 개최한 것처럼 오도하면서 “권력기관 개편 등을 두고 여권 내 파열음이 커지는 모양새”, “임기 말 본격적인 당청 갈등이라는 시각” 등 여권 내 갈등을 촉발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



박범계 장관 "대통령도 나도 그런 표현 쓴 적 없어”

민주당과 여권 인사들은 언론의 이러한 해석과 공세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 민주당의 검찰개혁 의지를 확고하게 재확인했다. 

 

특히 박범계 장관은 24일 오전 대전 준법지원센터(보호관찰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기소 분리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임명되면서 대통령에게 받은 2가지를 속도조절론으로 뭉뚱그려서 표현하는 듯하다"며 "저는 대통령의 당부를 속도조절로 표현하지 않았고, 대통령도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최고위원회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검찰개혁 3법은 2월 말에서 3월 초에 발의가 될 것“이라며 ”상반기 중에 국회에서의 법 통과 처리도 함께 추진한다는 논의와 인식이 있었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서 당청 간의 당정 간의 이견이 있는 것처럼 알려진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밝힌다. 청와대 당이나 정부나 검찰개혁의 방향은 함께 공유하고 있고 이견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앞서 23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이 수사청 속도조절을 주문했다는 보도가 있더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저에게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전해진 바는 없다"고 말하고, "검찰이 실질적으로 1차적 수사를 못하도록 만드는 법안을 준비 중에 있다"며 "최대한 2월 내에 발의를 해 (국회) 통과는 6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김경수 경남지사가 2월 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CBS 유튜브 캡처


김경수 "대통령 말에 정리되는 건 과거정치"

이에 대해 김경수 경남지사는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은 청와대 입장이 있더라도 법을 통해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그러면 국회와 여당의 입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하게 토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지시가 ‘속도 조절’ 요구라는 언론의 해석을 일축한 것이다.

김 지사는 "대통령 말에 정리되는 건 과거정치" 레임덕 일축 “대통령이 한 말씀 하시면 일사불란하게 당까지 다 정리되는 게 과거 권위적인 정치 과정에 있었던 일”이라며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께서 국정 운영을 그렇게 해오셨다고 생각한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적이 거의 없으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지사는 “지금 민주당이 훨씬 민주적이고 민주적인 논의와 토의 과정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방지할 수 있다”며 “정부 여당에서 대통령과 호흡을 잘 맞춰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2월 24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추미애 “속도조절? 67년 허송세월이 부족한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4일 “국회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법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라며 “이제 와서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면 67년의 허송세월이 부족하다는 것이 돼 버린다”라고 밝혔다.

추 전 장관은 “대륙법의 원조인 독일도 검찰은 자체 수사인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처럼 검사실 방마다 수사관을 두고 있는 나라가 없다”라며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함으로써 검사실에 배치된 수사관을 빼게 되면 수사·기소 분리가 당장 어렵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2022년부터 어차피 검사가 작성한 조서의 능력이 경찰 조서와 다를 바 없게 됨으로써 검사가 직접 수사할 필요도 없어진다”라며 “그렇다면 오히려 이에 맞추어 수사청을 분리 설치하는 법 통과가 지금 요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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