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배상제②] 삶 전체를 파멸시키는 악마적 언론 폭력

미디어 / 고일석 기자 / 2021-02-18 11:46:23
중요한 것은 권력 감시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과 무관한 일반 국민들이 언론의 악의적인 허위 왜곡보도로 입게 되는 심대한 피해다. 언론은 권력에 대해서는 매우 정밀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반면에, 일반 국민에 대한 기사는 아무런 내적 통제 장치 없이 닥치는 대로 내지르는 경향을 보인다.

[징벌적 배상제①] 언론과 언론단체들의 가당찮은 약자 코스프레

[징벌적 배상제②] 삶 전체를 파멸시키는 악마적 언론 폭력

[징벌적 배상제③] 확인없이 허위보도, 반론에는 보복 보도

 

 

 

▲ 2019년 2월 10일 KBS 저널리즘 토크쇼J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반대하는 언론과 언론단체들은 권력 감시의 위축과 함께 언론자유의 위축을 얘기한다. 그러나 앞의 기사에서 살펴봤듯이 우리나라 법원은 권력과의 관계에 있어서 언론자유를 더 적극적이고 폭넓게 해석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인해 언론이 져야할 책임이 더 무거워져 권력 감시의 기능이 위축되는 부분이 있다면, 법원은 권력의 범주에 해당하는 원고에 대한 위법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권력 감시의 문제가 아니다. 권력과 무관한 일반 국민들이 언론의 악의적인 허위 왜곡보도로 입게 되는 심대한 피해다. 사례를 살펴보면 언론은 권력에 대해서는 매우 정밀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반면에, 일반 국민에 대한 기사는 아무런 내적 통제 장치 없이 닥치는 대로 내지르는 경향을 보인다.

 

 

▲ 2014년 4월 19일 조선일보 보도

 

디지틀조선일보, 세월호 인터뷰 관련 무려 27회 악의적 보도

세월호 사고 당시 민간 잠수부 지원봉사를 하고 있던 홍가혜 씨는 2014년 4월 18일 MBN과 세월호 구조작업에 관해 ‘잠수부 중에 생존자와 대화를 한 사람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양경찰 등 정부는 구조작업을 하려는 민간잠수부를 지원하는 대신 오히려 이를 막고, 대충 시간만 때우고 가라는 식으로 말을 하였다’는 등의 취지로 인터뷰했다.

디지틀조선일보는 인터뷰가 있었던 4월 18일 당일 오후 <[세월호 침몰] MBN 민간잠수부 보도에 김용호 “홍가혜 허언증 이상”> 기사를 시작으로 4월 21일까지 ▲티아라의 전 멤버 화영씨 사촌언니를 사칭했다 ▲유명 야구선수들의 여자 친구라 밝히고 가짜 스캔들을 만들었다 ▲B1홍가혜4콘서트에서 연예부 기자를 사칭했다 ▲도쿄 거주 교민 행세를 했다 ▲허언증·정신질환자라는 등의 내용으로 총 27회의 악의적 보도를 쏟아냈다. 더스타와 주간조선 등 자매 매체를 포함하면 31회였다.

■ 4월 16일
▲13:46 [세월호 침몰] MBN 민간잠수부 보도에 B “홍가혜 허언증 이상”
▲13:53 [진도 여객선 침몰] MBN이 인터뷰한 홍가혜, 누구인지 살펴보니…“티아라 사건과 연관?”
▲14:09 [세월호 침몰] MBN “민간잠수부 홍가혜 논란, 의도와 관계없다” 사과? 변명?
▲14:28 민간잠수부 주장 여성 MBN 인터뷰로 들썩…거짓으로 밝혀져 보도국장 공식 사과
▲14:41 [세월호 침몰사고] MBN 보도국장 ‘홍가혜 인터뷰’ 사과… “국민들께 죄송”
▲15:03 [세월호 침몰] B “홍가혜 허언증 정도가 아니다”
▲15:25 [세월호 침몰] B, 홍가혜에 관해 “당시 홍가혜와 직접 통화했는데…”
▲15:43 [세월호 침몰] B 기자 “MBN 인터뷰 홍가혜 ‘사기’로 검찰조사 받아”
▲16:07 [세월호 침몰] B 기자 “MBN 인터뷰 홍가혜 ‘허언증’ 소름돋을 정도!”
▲16:37 [세월호 침몰] MBN “홍가혜 신원 파악 中” VS. B “정체 내가 안다”
▲17:51 MBN 홍가혜 인터뷰, 말 하나하나 다 거짓으로 밝혀져
▲15:57 ‘세월호 침몰’ MBN 인터뷰 논란 홍가혜, 과거 화영 사촌언니 ‘사칭’ (더 스타)

■ 4월 19일
▲02:58 [진도 여객선 침몰 / 괴담 퍼뜨리는 사람들] “생존자와 대화했다” “정부의 자작극”…
또 퍼지는 유언비어
▲11:03 [세월호 침몰] 민간잠수부 홍가혜 한 마디에 대한민국 들썩

■ 4월 21일
▲09:27 허위 인터뷰 홍가혜 일본 지진 당시 “사랑하는 사람도 일본에 있고…”
▲09:55 [세월호 침몰 사고] 홍가혜 체포영장 발부, “과거에도 수차례 거짓 인터뷰!”
▲10:23 [세월호 침몰 사고] 홍가혜 체포영장 발부, “과거 행적 보니 충격!”
▲10:59 [세월호 침몰 사고] 홍가혜 체포영장 발부, “경찰청 자진 출석한 이유?”
▲11:06 거짓 인터뷰 홍가혜 일본에서는 도쿄 도민? …“티아라 사건까지” 충격
▲14:18 [세월호 침몰 사고] 홍가혜 경찰 출두, “거짓 인터뷰 관련 처벌 수위는?”
▲17:05 홍가혜 경찰 출두, 세월호 침몰 관련 ‘거짓 파문’… “흥분된 상태로 인터뷰했다”
▲12:56 [세월호 침몰] 거짓 인터뷰 논란 홍가혜 경찰 출두…“허위 사실 유포 인정”
▲15:33 [세월호 침몰] 거짓 인터뷰 논란 홍가혜 경찰 출두…“조사중 또 거짓말?”
▲14:32 [세월호 침몰] 홍가혜 경찰 출두 “방송서 민간 잠수부라 한 적 없다”…“또 거짓말?”
▲16:04 [세월호 침몰] 홍가혜 경찰 출두 “민간 잠수부라 한 적 없어”…“누구말이 진짜야?”
▲19:32 [세월호 침몰] 홍가혜 체포 영장 발부 “20일 자진 출석”…“잠수 자격증 없어”
▲10:51 [세월호 침몰] 홍가혜 체포 영장 발부에 ‘자진 출석’…“허위 사실 유포 인정”
▲10:27 [세월호 침몰] ‘체포영장 발부’ 홍가혜, ‘일본 대지진’ 때는 도쿄 교민?(더 스타)

■ 4월 24일
▲10:46 [세월호 침몰] 거짓인터뷰女 홍가혜, 연예부 기자 사칭? B1A4와 인증샷(더 스타)
▲11:07 [세월호 침몰] 거짓인터뷰女 홍가혜, 수많은 사칭? ‘화영 사촌-연예부 기자’(더 스타)

■ 4월 28일
▲15:52 [주간조선] 홍가혜 사례로 본 ‘관심종자’ ‘어그로꾼’…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나

 

▲ 2014년 4월 30일 동아일보 보도

취재와 조사, 자료와 근거없이 무차별 허위 보도

홍가혜 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디지틀조선일보측은 ▲김용호 기자가 자신의 이름을 건 기자칼럼을 통해 홍씨의 과거 행적을 지적하고 나섰으므로 진실이라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으며 ▲홍씨 인터뷰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는 평가적 의견을 개진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해당 보도가 “평가적 의견 개진을 넘어 홍씨가 거짓말쟁이로 인식될 수 있도록 구체적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인정하기 충분하다”고 판시했으며 홍씨가 거짓인터뷰를 했다고 기사에서 단정 지은 것 역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각 기사는 ‘해경의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라는 공익적 사안보다는 공인이 아니라 일반인 잠수지원 자원활동가였던 원고의 사생활 관련 소문들과 원고를 ‘거짓말쟁이’, ‘허언증 환자’라고 무차별적으로 보도했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피고가 이 사건 각 보도 부분을 기사로 게재하기 전에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하였는지, 어떤 근거나 자료로 위 부분이 진실이라고 믿었는지 등에 관하여 제대로 된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디지틀조선일보에 6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한 최초 홍가혜 씨를 ‘허언증 환자’라고 주장해 홍 씨에 대한 언론 테러의 시발점이 되었던 전 스포츠월드 기자 김용호는 1천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 2015년 1월 10일 조선일보 보도



“무더기 고소, 합의금 장사”... 언론의 집요한 2차·3차 가해

언론의 폭력은 '허언증 보도'에 그치지 않았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집요하게 홍가혜 씨를 공격했다. 스트레이트, 칼럼, 사설을 가리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홍가혜 씨 체포에 나섰다. 구미에 있던 홍가혜 씨는 그 소식을 듣고 전남 무안에 있는 전남지방경찰청에 자진 출석했다. 그런데 언론은 일제히 ‘홍가혜 체포’, ‘홍가혜 긴급체포’라고 보도했다. 홍가혜 씨는 4년 간의 재판 끝에 2018년 11월 무죄가 확정됐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자 조선일보는 “거짓말 홍가혜씨에 면죄부 준 법원”이라고 보도했다.

홍가혜 씨가 언론에 대한 제소에 앞서 악성 게시물과 악성 댓글에 대해서 고소를 시작했다. 언론은 “홍가혜 씨가 합의금 200~500만원을 요구하며 네티즌 800여명을 무더기 고소했다. 네티즌 들이 취업 등의 불이익을 우려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합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대검 형사부는 “합의금 목적 고소를 처벌한다”고 발표하면서 홍가혜 씨를 고소 남발 사례 중의 하나로 제시했다. 이 방침을 밝힌 대검 형사부장 안상돈 검사장은 광주고검 차장 검사 시절 홍가혜 씨에 대한 수사 책임자였다. 언론들은 이 방침에 대해 ‘제2홍가혜 방지대책’, ‘홍가혜법’이라고 이름을 붙여 보도했다.

 

언론이라고 이름붙인 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홍가혜 씨에 대한 마녀사냥에 뛰어들었다. 홍가혜 씨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이투데이, 아시아경제, 한국경제TV, 더 팩트, 스포츠월드 등 20여 곳의 언론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벌여 모두 승소했다.

홍가혜 씨는 2019년 1월 디지틀조선에 대한 1심 판결 직후 "여기까지 오는데 소송비용 또한 지방 아파트 한 채 값인 2억여원이 들었다. 금액 따지면 손해지만 저는 이들의 거짓을 사법역사에 남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 2015년 3월 25일 채널A 보도



끝나지 않는 수난... 지금도 악플과 공격에 시달려

형사재판에서 홍가혜 씨에 대한 무죄가 확정되자 언론들은 인터넷에서 관련 기사들을 삭제했다. 그러나 많은 기사들은 여전히 어떤 설명도 없이 그대로 인터넷에 올라 떠다니고 있다.

홍가혜 씨는 지금도 계기가 있을 때마다 세월호 사건 당시의 각종 언론의 허위보도를 근거로 한 비난과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상당수 국민들은 홍가혜 씨에 대한 보도가 허위사실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고, 일부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비난과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아니라 그 할아버지라도 언론의 폭력에 의한 상처를 회복하거나 치유하지 못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그 배상 수준을 아무리 높여도, 그것은 중상을 입은 환자에게 빨간약 한 방울 떨어뜨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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