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대 PC, 증거능력 없다”...통째로 날아간 ‘표창장’ 공소내용

사회 / 고일석 기자 / 2021-12-26 10:21:41
무죄 판결받은 1차 공소장으로 돌아간 표창장 사건
2차 공소장의 “날짜, 장소, 방법 등” 주장조차 불가능
“표창장 사건, 대법 11월 판례에 해당” 결정한 법원
“동양대 PC 무주(無主)설” 집착하는 검찰
정 교수, 재판 초기부터 “PC는 우리 것”

 

▲ 압수수색 당시의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무죄 판결받은 1차 공소장으로 돌아간 표창장 사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1부의 “동양대 PC 등 임의제출된 PC에서 나온 증거들은 채택되지 않는다”는 결정은 현재 대법원에 상고 중인 ‘표창장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된 검찰의 공소사실은 완전히 날아간 셈이다.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 관련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사건인 동양대 표창장 사건은 2019년 9월 6일 청문회 도중 기소된 1차 기소 사건(2019고합738)의 수준으로 돌아가 버렸다. 1차 기소 사건은 1심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9년 12월 11일 검찰이 동양대 PC를 기반으로 재차 기소한 2차 공소장의 표창장 위조 혐의 부분은 아래와 같다.

“피고인은 조O과 공모하여, 조O의 서울대 의전원의 지원서류 제출 전인 2013.6.16. 서울 서초구 OOO호에 있는 자택에서, 행사할 목적으로 권한없이 조O 상장을 스캔한 후, 이미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조O 상장의 스캔 이미지를 전체 캡처한 다음 이를 워드문서에 삽입하고, 그 중 ”동양대학교 총장 최 성 해 (직인)‘ 부분을 캡처 프로그램으로 오려내는 방법으로 '총장님 직인.jpg’ 이미지 파일을 만들었다.”

이후에 소위 ‘위조 과정’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지만 이하의 부분을 살필 필요도 없이, 동양대PC의 증거능력이 사라지면 공소 사실의 첫 번째 부분인 날짜, 장소, 방법부터 다 날아가 버린다. 동양대PC가 없다면 검찰이 ‘2013년 6월 16일’이라는 날짜와 ‘서울 서초구 자택’이라는 장소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C가 발견된 동양대 강사휴게실

 


2차 공소장의 “날짜, 장소, 방법 등” 주장조차 불가능

따라서 공소 사실에서 “피고인은 조O과 공모하여” 이후의 부분은 통째로 다 날아가버리는 것이다. 입증할 것도 없고 심리할 것도 없어진다. 그 결과로 이 사건은 1심부터 무죄판결을 받은 2019년 9월 6일의 1차 기소와 동일한 수준의 전혀 내용이 없는 기소가 돼버린다.

1차 기소 사건의 판결 내용은 아래와 같다.

“2012. 9. 7. 경 동일한 내용의 표창장을 위조하였다는 범죄사실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그나마 1차 기소는 날짜와 장소가 특정되어 있지만 동양대PC를 기반으로 했던 2차 기소는 날짜와 장소조차 특정할 수 없는, 그저 아무 맥락없이 “피고인이 불상의 날짜에 불상의 장소에서 불상의 방법으로 위조했다”는 ‘맹탕 기소’가 돼버리는 것이다.

근거 없는 추정에 불과하더라도 날짜와 장소를 특정한 1차 기소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라면, 날짜와 장소조차 특정할 수 없는 2차 기소는 더더욱 무죄가 될 수밖에 없다.



▲ 2021년 12월 24일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는 조국 전 장관. 이날 재판부는 "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라 동양대 PC 등을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결정을 밝혔다.



“표창장 사건, 대법 11월 판례에 해당” 결정한 법원

서울중앙지법 형사 21-1부의 결정은 대법원의 11월 판례가 조국 전 장관 일가 사건에 적용된다는 법원의 법리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이는 표창장 사건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이 검찰의 희망대로 11월 판례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으로 판단할 형식적 가능성마저 최소화하고 있고, 이것이 21-1부 결정의 또다른 의미가 된다. 즉 대법원 상고심의 판결을 일정 부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주장하고 1심과 2심이 받아들인 동양대 PC 증거의 적법성의 논리는 “형사소송법은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의 절차만 규정하고 있을 뿐 임의제출에 대한 절차와 요건은 규정하지 않아, 임의제출된 동양대 PC 등은 형사소송법 상의 해당 절차를 준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의 논리는 “임의제출이라고 해도 종이로 된 영장만 없다뿐이지, 압수의 대상, 절차, 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과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검찰과 1, 2심 판결의 논리를 완전히 정반대로 뒤집은 것이다. 너무나 간명하여 법리적 다툼이 일어날 소지조차 거의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법원의 11월 판례는 다른 사건에 대해 내린 판결이었지만, 사실상 대법원이 표창장 사건을 염두에 두고 미리 내린 판결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표창장 사건의 내용과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적시된 내용이 모두 표창장 사건의 증거 적법성 쟁점을 거의 빠짐없이 담고 있고, 이에 대한 정경심 교수 변호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 상고심이 표창장 사건에 11월 판례와 다른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동양대 PC 무주(無主)설” 반복하는 검찰

사실상 공소기각이나 다를 바 없는 결정을 받아든 검찰은 곧바로 “대법원의 11월 판례를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 사건에 적용시킬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고, 표창장 사건의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이 주장을 필사적으로 펼칠 것이 분명하다.

검찰은 이와 관련한 여러 주장을 내놓고 있으나 나름 핵심적인 주장은 “동양대 PC가 피고인의 소유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검찰은 “임의제출 당시 소유자·사용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고, 포렌식과 분석을 거친 후에야 피고인이 한때 소유하면서 사용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피고인은 이를 소유하였던 사실조차 부인하다가 최근에서야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있을 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양대 PC 등의 증거 적법성에 대한 검찰의 주장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억지에 불과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동양대 PC의 소유자 부분은 특히 억지와 허위로 이루어져 있다. 검찰은 “임의제출 당시 PC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고 하지만, 분명히 임의제출 당시 ‘조국 폴더’ 등 소유자를 조국 전 장관 가족으로 알 수 있는 자료를 이미 다수 확인한 상태였다.

 

 

▲ 정경심 교수는 재판 초기부터 "PC는 우리 것"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했고, 한 번도 이를 부정하거나 부인한 적이 없다.


정 교수, 재판 초기부터 “PC는 우리 것”

또한 “정경심 교수가 소유 사실을 부인했다”고 하고 있지만 정 교수는 단 한 번도 동양대 PC의 소유권을 부인하거나 포기한 적이 없다. 오히려 정 교수는 재판 초기부터 해당 PC가 정 교수 가족의 소유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검찰 또한 이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검찰은 당초 동양대 PC에 대한 열람 등사도 거부하다가 2020년 2월 6일 열린 1심의 3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이를 허용하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 교수 변호인은 이에 대해 "그 기록은 우리 피고인과 가족이 만들고 사용하던 것"이라며 "사생활 보호의 주체가 왜 검찰인가. 우리 것을 달라고 하는데 그걸 못 주는 근거는 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검찰은 “피고인 소유라고 하니까 그런겁니다”라며 정 교수 측의 소유권 주장을 부인하는 취지로 반박했다. 검찰이 PC에 대한 정 교수의 소유권을 인정하든 않든 정 교수가 재판 초기부터 PC가 자신의 소유임을 밝히고 있었다는 사실을 검찰이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 또한 “강사휴게실 PC는 동양대 소유”라는 지난 공판에서의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PC가 정 교수 소유라는 것을 전제로 증거 배제 결정을 내린 것이므로, 이와 관련한 검찰 주장이 표창장 사건의 대법원 상고심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 더브리핑.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