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 11년, 농지 형질변경"... 대통령 사저 둘러싼 국힘당의 허무 개그

정치 / 고일석 기자 / 2021-03-15 09:41:15
거두절미 침소봉대... 안병길 의원의 악덕기자 습성
'영농경력' 필수 아냐... 허위 기재 이유 없어
텃밭 가꾸기 즐기고 익숙한 문재인 대통령
허탈하기 이를 데 없는 형질 변경 시비
끝없는 설명에도 반복되는 허위 주장
▲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문재인 대통령 새 사저 부지/구글어스



거두절미 침소봉대... 안병길 의원의 악덕기자 습성

 

문재인 대통령 사저에 대한 "영농경력 11년, 농지 형질변경" 시비의 시작은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이었다. 안 의원은 부산일보 기자, 편집국장, 사장을 거친 기자 출신이다. 그런데 대통령 사저와 관련된 사항 중 특정 부분만 쏙 빼내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악덕기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안 의원은 2020년 9월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새 사저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에 기존 사저 부지 일부 논에서 11년간 농사를 지었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이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경작을 했다는) 답(畓·논) 지목의 지번 땅이 실제로는 아스팔트 도로여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농사를 짓지도 않았으면서 새 농지를 구입하기 위해 영농 경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것이다.



▲ 중앙일보에 보도된 문재인 대통령의 농업경영계획서


 

'영농경력' 필수 아냐... 허위 기재 이유 없어

 

그러나 문 대통령이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의 '영농경력'은 '농업경영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참고 사항으로 기재하는 것이지 농지취득허가를 위한 필수 사항이 아니다. 영농경력이 없어도 농지를 구입할 수 있다. 뒤에서도 또 한 번 얘기를 하게 되겠지만, 귀농·귀촌을 위해서, 혹은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농지를 구입하는 도시민들은 당연히 영농경력 없이 농지를 구입한다.

농업경영계획서는 농지 구입 이후의 영농 계획이 판단의 중심이지 과거 영농 경력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좋은 것이다. 즉 농지를 구입하기 위해 굳이 영농 경력을 허위로 만들어내 적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새 농지를 구입하기 위해 허위로 기재했다"는 안 의원의 주장이 바로 허위다.

"영농계획서에 기재된 지번이 실제로는 아스팔트여서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는 주장은 허무개그에 가깝다. 영농계획서는 대리인이 작성하여 제출했는데, 아마도 '소유농지의 이용현황'이라는 항목이 있고 지번을 적게 되어 있어 사저 부지 중 '답(畓·논)'으로 되어 있는 지번을 적어넣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드시 그 지번에서 농사를 지었어야 하고, 그 이외 지점에서 농사를 지었으면 영농 사실이 무효화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실제 영농행위가 있었던 위치와 서류에 기입한 지번이 다르다고 해서 영농 사실 자체가 허위라는 바보같은 생각을 어떻게 할 수가 있나.

 

▲ 중앙일보에 보도된 안병길 의원이 주장하는 문재인 대통령 매곡동 사저 농지 추정 위치

 


텃밭 가꾸기 능하고 즐기는 문재인 대통령

 

국민의힘 인사들이 하도 영농 영농 하니, 혹시 이 분들이 영농이라고 하면 트랙터로 밭 갈고 이앙기로 모 심고, 가을 되면 동네 사람들 서로 품앗이하며 한아름 과일 수확하는 것만 영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설마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텃밭에서 채소 키우는 것도 영농이고, 마당에서 배나무, 감나무 키우는 것도 영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저나 청와대에서의 개인 생활을 잘 노출시키지 않지만, 식물을 좋아해 꽃과 나무와 채소를 키우며 텃밭 가꾸는 데 능하고, 대통령 취임 이전 양산 사저에서 텃밭 가꾸기를 즐겼으며, 청와대에서도 직접 텃밭을 가꾼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0월 3일
文대통령이 '청와대 텃밭'에 손수 심은 작물은?


<한겨레> 2018년 9월 28일
[신문사진편지] #5 문 대통령의 ‘케렌시아’ 양산 사저


굳이 없는 영농 경력을 꾸며서 적어낼 이유도 없지만, 문 대통령이 2009년 양산 사저로 이주한 뒤 새 사저 부지를 매입한 2020년까지 11년간의 영농경력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사실이다. 안병길 의원은 혹시 11년 동안의 영농일지나 수확물 출하내역 같은 것이라도 보여줘야 믿겠다는 건가?

새 사저 부지의 영농은 대통령과 영부인의 동선 관계로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으니 그렇게 알라고 하면 그렇게 좀 알기를 바란다. 어떻게 자기가 가봤더니 문이 잠겨 있더라고 영농 의무를 어기고 있는 것이라고 우길 수가 있나.

 

▲ 2017년 10월 3일 연합뉴스 보도

 

 

허탈하기 이를 데 없는 형질 변경 시비

형질 변경 시비는 정말 허탈하다. 이 부분은 양산시 갑이 지역구인 윤영석 의원이 주로 맡은 모양인데 윤 의원은 3월 12일 “농사를 짓겠다며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한 농지를 매입한 뒤 1년도 지나지 않아 땅의 사용 용도를 바꾼 것”이라며 “이게 바로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혐오하던 부동산 투기 행위”라고 주장했다.

윤영석 의원에게 하나 권해드리고 싶다. 직접 하시든 보좌진에게 부탁을 하시든 구글에서 '전원주택 농지'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시기 바란다. 그러면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농지를 구입해서 대지로 형질 변경을 하는 절차 등을 소개한 글이 수도 없이 검색된다.


윤영석 의원의 지역구인 '양산'을 넣어 '전원주택 농지 양산'이라도 검색해보시기 바란다. 그러면 양산의 농지를 구입해 전원주택을 지으라고 권유하는 글이 역시 수도 없이 검색된다. 농지를 구입해서 용도를 변경해 집을 짓는 것이 다 부동산 투기 행위라고 윤 의원이 진심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이라면 아마 거품을 물고 쓰러져야 할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지역구에서 그런 범법 행위가 이루 셀 수도 없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는 그 글들에서 권유하고 있는 전원주택을 크게 짓는 것뿐이다. 그 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니다. 지난 9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국민들께서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 2020년 9월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 사저 관련 안병길 의원의 주장에 대해 곧바로 반박하고 설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끝없는 설명에도 반복되는 허위 주장

 

문재인 대통령이 새 사저 부지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왜 그 부지를 선택해 구입했는지 등의 이유에 대해서는 청와대에서 상세히 브리핑을 했고, 모든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청와대는 "퇴임 후 현재의 매곡동 자택으로 돌아가기를 원했지만 경호시설 공간을 확보할 수 없어 불가능했고, 그래서 현 사저와 가까운 곳에 부지를 마련했으며, 지방에 소재한 관계로 관계법령에 따라 확보해야 할 부지의 크기가 서울보다 클 수밖에 없다"는 점 등에 대해 소상하게 브리핑했다.

시골에서 그 정도의 면적을 오로지 대지로만 구입할 수 있는 땅이 어디 있는가. 그래서 농지를 구입해 형질 변경을 통해 사저와 경호동을 건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퇴임한 대통령의 사저가 여기 지었다 저기 지었다 하며 메뚜기처럼 옮겨다닐 수도 없는 것이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한 곳에서 쭉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그것을 가지고 농지를 싸게 사서 형질 변경을 한 다음 땅값을 올리려는 투기 행위로 몰아대는 것은 도대체 어떤 사고 구조에서 나오는 것인가.

대통령 사저에 대한 국민의힘 인사들의 주장이 허탈하기 짝이 없는 것은, 이 모든 사실들에 대해 이미 청와대가 수도 없이 설명을 해왔고, 매체에 따라 소상하게 보도를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안병길 의원이 2020년 9월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허위 영농계획서' 주장을 펼치며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막말을 퍼부은 바로 다음 순서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이 글에서 얘기한 내용을 그대로 다 설명했다. 누구라도 바로 알아들을 수준이었다. 

 

안병길 의원은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영농계획서에 적힌 지번이 도로이므로 대통령의 11년 영농경력은 허위"라는 허위 주장을 계속 반복해오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해명을 하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우이독경(牛耳讀經)에 마이동풍(馬耳東風)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자기도 뻔히 알고 있는 주장을 끝도 없이 반복하는 것도, 글 머리에서 말했듯이 악덕기자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더브리핑.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